얼마 전 6살이 된 첫째 아들의 새 운동화를 사러 갔다. 아이는 가게에 진열된 신발들을 한참 둘러보더니 유명한 슈퍼히어로 디자인에 불빛이 번쩍번쩍 하는 멋진 신발을 마음에 들어했다. 디자인은 골랐으니 다음은 아이의 발에 맞는 신발사이즈를 주문하면 되었다. 그런데 한창 성장기에 있는 아이인지라 발도 금방 자랄 것이라 생각해 아이 발보다 한 치수 큰 200mm의 신발을 사가지고 왔다. 그런데 다음날 어린이집에 다녀온 아이는 울상이 되었다. 빛이 번쩍거리는 그 화려한 신발은 너무 무거워서 친구들과 달릴 때 불편했고, 사이즈도 너무 커서 신발이 자꾸 벗겨진다는 것이었다. 게다가 혼자서 신고 벗기도 불편해했다. 기왕 새 신발을 샀으니 그 신발에 어떻게든 아이를 적응시켜 보려고 했지만, 결국 일주일 후 아이를 데리고 다시 신발가게에 갔다. 이번에는 유명 슈퍼히어로 디자인이 아닌, 끈도 찍찍이도 없으며, 아이의 발 사이즈에 딱 맞는 신발을 골랐다. 제 발에 꼭 맞는 편안한 신발을 신고 놀이터에서 신나게 뛰어다니는 아이를 바라보니 비로소 내 마음도 편안해졌다. 그 일로 인해 문득 내 자신의 모습을 떠올리게 되었다. 상담자나 부모를 대상으로 강의할 때, 이만하면 ‘충분한(good enough) 엄마’, ‘이만하면 충분한 상담자’에 대한 얘기를 자주 하게 된다. 그런데 계속해서 느껴지는 것은 이만하면 충분한 엄마나 상담자가 되기 위해서는 그 이전에 내 자신에 대해서 ‘이만하면 충분한 나’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나는 어렸을 적부터 참 열심히 살아왔다. 그런데 이전에 나에게 열심을 다하게 한 동력은 ‘이만하면 충분한 나’가 아니라 다른데 있었던 것 같다. 내 어렸을 적 일기장에 이런 문장들이 무수히 적혀있다. ‘난 왜 ***처럼 예쁘게 태어나지 못했을까?’, ‘난 왜 ***처럼 남자애들에게 인기가 많지 않을까?’, ‘난 친구들 앞에서 발표도 너무 못해’, ‘난 내 동생보다 머리가 나빠’, ‘난 성격도 착하지 않아.’ 이런 자기비난의 목소리들 뒤에는 늘 ‘그러니까 공부라도 잘해야 내가 살아갈 수 있겠구나. 열심히 공부하자.’라는 내용이 뒤따랐다. 그래서 열심히 공부했다. 하지만 그 공부가 행복하지 않았고, 늘 우울했으며, 무언가 내 자신의 본 모습에서 멀어져 가게 되었다. 얼마 전 당시 동창들을 만날 기회가 생겼는데, 그 친구들이 “여주 너 그때 엄청 예쁘고 착했잖아. 나 너 좋아했었어.”라고 말하는 걸 들으며, 내가 정말 당시에 얼마나 내 자신을 수용하고 있지 못했는지, 얼마나 내 색깔을 스스로 깨닫지 못하고 나의 장점을 발현하지 못했는지 생각하게 되었다. 지금 나는 아직 ‘이만하면 충분한 나’의 완성 단계의 경지에까지 이르지는 못했지만(완성의 경지라는 게 있을까?), 예전에 비해 생각이 좀 달라진 것 같기는 하다. 아직 너무 부족하니 이만큼 훌륭한 교수가 되어야 하고, 이만큼 강의를 잘 해야 하고, 이만큼 상담 성과가 좋아야 하고... 등의 생각을 가지고 무언가를 열심히 하려는 생각은 없어졌다. 그보다 내가 어떤 사람이고, 내가 가지고 있는 힘과 약점은 무엇인지, 그리고 내 안에 어떤 색깔을 숨기고 있는지, 어떤 씨앗이 더 자라날 수 있는 사람인지에 더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계속해서 새로운 내 색깔, 씨앗, 또는 약점들이 발견될 때마다 ‘아 그래. 내가 이런 사람이구나. 이 색깔은 내 색깔 같은데 이런 저런 이유로 많이 흐려졌구나. 이런 점 때문에 내가 힘들었구나. 와우, 나한테도 이런 씨앗이 있었나?’ 등을 생각하게 된다. 예전에는 이렇게 하면 열정이 사라져서 공부도 안하고 노력을 안 하게 될까봐 두려웠던 것 같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이만하면 충분한 나’로 내 자신을 바라보고 받아들이기 시작할 때, 더 힘이 생기고 책을 읽는 몰입도도 강해지고 더 짜릿하게 일을 해나갈 수 있었다. 물론 그에 따른 성과가 나타나기도 하지만, 또 굳이 성과가 가시적으로 나오지 않아도 행복할 수 있는 것 같다. 나의 경험담을 예를 들어 설명했지만, 요새 계속 학생들을 수퍼비전을 하면서 느낀 점도 비슷하다. 많은 상담자들이 수퍼비전 자료를 준비하면서 자기 자신이 못한 부분에 대해 스스로를 마구 비난하고, 수퍼비전에 와서도 무척 괴로워한다. 더 좋은 상담자, 더 훌륭한 상담자(그게 뭐지?)가 되기 위해서 워크샵도 다니고, 훈련도 받고 열심히 노력한다. 그 노력이 의미 없다는 것이 아니라, 그렇게라도 노력하지 않으면 자신은 너무나 못난 상담자이기 때문에 열심히 다녀야 한다는 그 말이 안타깝다. 그러한 모습은 내담자에게도 그대로 전달이 된다. 어떻게든 내담자를 변화시키기 위해 애쓰고 노력하고 힘쓰면서 상담을 끝나고 나면 기진맥진하게 된다. 한 수퍼바이지가 자기는 상담에서 들은 내용을 절대 잊지 않기 위해서 한 회기가 끝나면 내담자가 얘기한 키워드를 적어서 일주일 동안 달달 외우고 다닌다는 얘기를 듣고 감탄하기도 했다. 물론 그 노력도 의미 있다. 그러나 ‘훌륭한’ 상담자가 되기 위해 애쓰는 과정에서 진짜 상담자로서의 내 모습을 인식하고 바라보는 기회를 놓치고, 그것이 내담자와 진짜 만남을 방해하지는 않을까 우려스럽다. 마르틴 부버는 <나와 너>에서 이렇게 말했다.   근원어 ‘나-너’는 오직 온 존재를 기울여서만 말해질 수 있다. 온 존재에로 모아지고 녹아지는 것은 결코 이루어질 수 없다. ‘나’는 ‘너’로 인하여 ‘나’가 된다. ‘나’가 되면서 ‘나’는 ‘너’라고 말한다. 모든 참된 삶은 만남이다. 마르틴 부버 <나와너> 中 -   이러한 참만남은 상담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이다. 참만남을 위해 필요한 것은 결국 ‘이만하면 충분한 나’를 수용하고, 내담자와의 만남 속에서 내 자신의 모습을 다시 더 뚜렷하게 해나가는 과정이 아닐까? 혹시 나는 상담자로서 나에게 맞지도 않은 ‘유명 슈퍼히어로 디자인에 번쩍번쩍 빛이 나는 신발’을 신고, 그 신발에 억지로 나를 끼워 맞추려다 내가 너무 부족하다고 자책하고 난 안된다고 좌절하고 있고 것은 아닐까? 지금 내 발에 맞는 꼭 맞는 신발이 나를 가장 잘 달릴 수 있게 한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한 채 말이다. 다가오는 새 봄. 내 발의 모양을 잘 살펴보고, 가볍고 편한 내 발에 딱 맞는 신발을 신고 달리며, ‘이만하면 충분한 나’를 맞이해 보았으면 좋겠다.   정여주 교수 (사)한국상담학회 자격검정위원장 한국교원대학교 교육학과 상담심리전공 교수

  상담자를 위한 다문화교육의 필요성은 이미 세계적으로 널리 인식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과연 다문화교육이 상담효과에 도움을 주고 있는 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이는 그만큼 다문화 교육이 단기간의 교육으로 효과를 보기 어려운 영역인 까닭인 지도 모르겠다. 다문화교육은 타 문화에 대한 이해등 지식의 영역을 넓혀가는 것 만으로 효과를 볼 수 없는 영역이며, 상담자 자신의 변화를 전제한다. 나는 석사과정 학생으로 다문화 교육 수업을 처음 들었을 때 느꼈던 짜릿함을 잊을 수 없다. 미국 유학은 나에게 미처 예상하지 못했던 신분의 변화를 가져다 주었다. 언어와 문화의 다름, 재정적 어려움은 미국사회에서 내가 심히 보잘 것 없는 존재임을 날마다 인식하며 살게 해 준 경험이었다. 그 가운데서 나를 지탱케 해 주었던 힘은 그 생활이 임시적이라는 것, 그리고 나는 몇 년 후면 한국의 제자리로 돌아간다는 희망이었던 것 같다. 그런 가운데 다문화 교육 수업을 듣는 것은 신선한 공기를 마시는 것 처럼 나에게는 큰 위로 가 되었던 것을 기억한다. 나의 고통을 알아 주고 나같은 사람을 이해하려는 노력이 상담학계에 있다는 사실 만으로도 어둠속에서 한줄기 빛을 만난 것 같이 기뻤다. 나의 소수민족으로서의 경험이 다문화교육의 필요성에 쉽게, 그리고 절대적인 공감을 갖게 한 것이다. 이러한 경험으로 인해 나는 다문화교육은 체험적 교육방법에 의해 가장 좋은 효과를 볼 수 있다는 교육학자들의 의견에 전적으로 동조하게 되었다. 체험적 교육방법을 시행하는 것은 교육자의 입장에서나 학생의 입장에서나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그외에 소수민족이 겪는 아픔에 동참할 때 느끼는 감정적 고통의 대가도 치루어야 한다. 때로는 이 교육을 위해 재정적 투자도 필요하다. 그러나 그 효과가 기회비용을 초과하는 경우, 이러한 체험적 교육방법은 그 가치를 지닐 수 있다고 본다. 이러한 생각에서 내가 개발한 프로그램이 미국과 한국대학 상담학생들의 교류 프로그램 이었다. 한국 K대학과 교환학생 프로그램을 만들어 5월 말에 K 대학에서 한국의 학생들과 공동 수업을 하며, 함께 상담에 관련된 주요 이슈들을 논의 했다. 이슈가 두 나라간 어떻게 다른지, 그 이유는 무엇인지 등등, 문화적, 정치적, 사회적, 교육적, 지리적, 상황적 차이가 인간의 삶과 의사결정, 행동등에 어떤 차이를 가져오는 지를 이해하는 시간이었다. 또한 수업 외 시간을 통해 수업시간에 논의되었던 이슈들을 현장에서 체험하고 검증해 보는 기회를 가졌다. 학생들은 비록 한나라를 방문 하지만, 이를 통해 타민족을 이해하는 그들의 시각이 바뀌고, 더 배우고자 하는 관심이 늘기를 기대했던게 잠재적 교육목표 중의 하나였다. 이와 같은 국제 다문화교육 체험 프로그램은 사실 많은 상담교육자들에 의해 널리 그 효과를 인정받고 있다. 츨판된 논문을 종합하면 다음과 같은 효과가 제시되고 있다. 첫째, 학생들의 자기자신에 대한 이해의 폭과 깊이가 달라진다. 타민족에 대해 자신이 가졌던 아집과 편견을 깨닫게 되고, 자신이 갖고 있는 가치관, 태도, 생활방식, 특권의식 등이 자신이 자란 특수한 사회적, 문화적 환경 속에서 배워진 것임을 인식하게 된다. 이러한 자신의 재발견은 자신의 뿌리가 되는 가정배경과 문화를 더욱 알고 싶어하는 동기를 부여해, 지속적인 자아발견과 노력의 계기를 제공한다. 둘째, 타민족에 대한 지식을 습득하여, 다른 사람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혀갈 수 있다. 접촉하게 된 민족의 생활방식, 전통, 가치관, 가족관계등에 대한 지식을 습득하고, 그것들을 자신의 것과 지속적으로 비교 분석함으로써, 타민족과 자신간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발견하게 된다. 이러한 경험은 인간 세계를 보는 안목을 넓혀 주는 역할을 한다. 직접경험에 의한 지식습득의 경험은 또 다른 유사경험에 대한 동기를 부여해 세계여행, 외국어 습득, 평생교육과 같은 그동안 무관심했던 새로운 분야에 관심을 갖게 해 주기도 한다. 셋째, 이렇듯 증가된 자기발견과 타민족에 대한 이해는 타문화에서 오는 피상담자와의 효과적인 상담관계를 형성해 나가는 데 도움을 준다. 문화적, 사회적 차이에 대한 이해는 상담의 기본요소인 듣기, 공감하기, 무조건적인 수용이 갖는 가치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하여 이를 상담현장에 적용함으로써, 긍정적인 상담관계 형성을 도와 준다. 언어가 다른 피상담자를 상담하는 경우, 비언어적 표현, 즉 얼굴표정, 몸짓등이 갖고 있는 의미의 중요성를 새롭게 인식하게 되어, 상담접근법에 변화가 오게 된다. 또한 언어를 적게 사용하는 놀이치료의 중요성도 인식하게 되어, 상담활동의 댜양화를 시도하게 된다. 마지막으로 소수민족을 상담하는 경우 상담실에 국한 된 상담을 넘어, 실제적으로 피상담자 집단의 권익 옹호를 위한 사회정의 실현 운동에 동참해야 함을 느끼게 된다. 이에 따라 의식화 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실시하는 등 소수민족에 대한 이해를 돕는 활동에 참여한다. 즉, 체험을 통한 다문화교육을 실시할 때, 교실에서 배울 수 없는 생명있는 산교육의 효과가 있으며, 이에따라 상담인이 변화되고 성장할 수 있음이 보고되고 있다. 이러한 변화를 학생들은 "인생을 바꾸는 경험" (life-changing experience), 또는 "눈을 뜨는 경험" (eye-opening experience) 이라고 표현한다. 경험을 바탕으로 한 다문화교육은 결과적으로 자신을 잘 알게 해 상담인을 겸허하게 만들며, 자신과 다른 배경에서 오는 피상담인을 존중하는 자세를 갖게 해, 마틴 부버가 예기하는 인간 대 인간의 만남을 가능케한다고 보겠다. 상담에서 상담지식이나 기술의 중요성을 간과할 수 없지만, 변화와 성장을 일으키는 진정한 원인은 두 사람의 진솔한 만남이라고 볼 때, 상담자의 삶에 대한 태도와 세계관을 변화시키는 다문화교육의 중요성은 결코 과소 평가될 수 없다. 이에 다문화 교육에 가장 효과적인 방법으로 제시되고 있는 직접경험에 의한 교육방법은 여러가지 형태로 개발되어 다문화교육에 사용되어 질 필요가 있다고 본다. 집단적, 체계적 접근이 어려운 상황이라면, 직접경험을 통해 자신을 개발하고자하는 개인적인 노력도 권장해 보고 싶다.   서수현 교수 AUBURN UNIVERSITY 교수 (사)한국상담학회 국제지역상담학회 회장  

  상담을 진행하면서 상담의 효과에 대하여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특히 상담전문가가 되기 위한 수련생들은 상담을 장기로 지속하지 못하거나 내담자가 합의한 종결회기보다 일찍 그만두게 된다거나 하는 경우, 그 결과가 상담자 자신의 탓인 것처럼 생각하기도 하고 또한 상담결과를 만족스럽지 못하다고 평가하는 경우 마치 적절한 이론이나 기법을 사용하지 못했기 때문인 것처럼 생각하여 또 다른 더 많은 이론과 기법을 공부하러 나서게 된다.   심리상담이 상업화된 미국은 한 해에도 수많은 상담이론들이 발표되어 상담워크샵이 진행되고 서로 최고의 이론임을 주장하며 다양한 사례들을 제시한다고 한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닌 듯 하고 상업적으로 이루어지는 경우도 많은 것 같다. 상담이론에 관한 많은 이론과 학설 그리고 그 효과를 보여주는 다양한 사례들이 있지만 어떠한 연구에서도 어느 이론이 어느 경우에 가장 효과가 크다고 확신하지는 못한다. 왜냐하면 상담효과는 상담이론만으로 달성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상담의 성과를 이끌어내는 데는 공통요인과 특수요인이 있는 것 같다. 공통요인은 개인의 상황이나 주변상황이 어떤 특수한 요인으로 이루어졌든 성과를 낸 모든 결과에는 언제나 존재하는 요인이다. 상담장면에서 보면 공통요인으로는 치료자/내담자가 존재하고, 그들이 만나서 맺어지는 관계가 있다. 이러한 관계속에서 각각의 이론과 내담자의 증상이 치료과정을 거치면서 증상이 호전되는 것이지, 상담자가 특정 증상을 가진 내담자에게 특정한 이론이나 기법을 사용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그렇다고 이론이 중요하지 않다는 말이 결코 아니다. 상담자는 최소한 몇 개의 이론은 깊이 공부하여 그것을 전문적으로 행하는 것이 필요하다. 슈퍼비젼을 하다보면 가끔 수련생들이 각 회기마다 각각 다른 이론과 기법을 적용하기도 하고, 새로운 기법들이 발표될 때마다 연수를 받고 와서는 내담자들에게 바로 적용하는 경우도 보게 된다. 한 이론의 전문가가 되려면 1000 케이스정도 해야 한다고 들은 적이 있다. 새로운 이론을 배우는데 집중하기 보다는 한 이론을 다양한 사례에 적용해보고 전문가에게 슈퍼비젼을 받아서 그 이론에 전문가가 되는 것이 필요하다.   대부분의 학자들이 제시하는 상담효과는, 내담자변인 40%, 관계변인 30%, 기대변인 15%, 이론․기법 15%정도이다. 학자에 따라 조금씩 제시하는 비율이 다를지라도 대부분 치료기법과 이론은 15%를 좌우한다고 한다. 내담자변인과 관계변인이 상담효과를 70%나 좌우한다면, 이런 경우 상담자의 역할은 무엇일까? 내담자가 변화할 수 있다는 확신을 가지고 내담자가 자신의 강점을 발견하고 주변의 자원을 찾도록 도와주며, 상담장면에서 내담자를 지지하고 격려해 주는 것이 때로 이론이나 기법보다도 상담의 효과에 영향을 줄 수도 있지 않을까?   상담을 하면서 늘 느끼는 것이지만 기대이상의 상담효과가 나타나는 경우는 상담자의 능력보다는 내담자가 똑똑하고 변화에 대한 의지를 보이며 적극적으로 상담에 임할 때이다. 그러나 아무리 똑똑한 내담자라도 상담장면에서는 상담자의 도움 없이 효과를 낼 수 없다. 상담자는 내담자에게 집중하여 내담자의 변화하는 힘을 믿고 내담자가 자신의 힘과 강점을 통찰할 수 있도록 약간의 기법만 사용해주면 된다. 내담자의 수준만큼 상담의 결과가 나타나는 것을 보면 놀랍다.   상담자와 내담자는 상담이라는 작업을 함께 하는 팀이다. 내담자는 상담자의 전문성과 능력을 신뢰하고, 상담자는 내담자의 변화가능성을 믿고 내담자에게 희망과 자신감을 줄 때 상담은 기대 이상의 변화를 가져올 수 있을 것이다.     권형자 교수   (사)한국상담학회 강원상담학회장

  최근 10년 사이 대학원에서 상담, 치료 등을 전공하고 배출되는 인원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였다. 그 밖에 교육대학원 상담전공을 포함하여 상담자 양성을 목적으로 하는 특수대학원, 대학원대학도 여럿 생겨나서 성황리에 운영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대학원 과정으로 인식되어 오던 상담 전공이 학부의 한 독립된 학과로도 운영되기 시작했다. 특히 사이버 대학에서 학부과정의 상담관련 전공학과의 인기는 좀 과장해서 얘기하면 해당 사이버 대학을 먹여 살리는 효자 노릇을 하는 정도에 이르고 있다. 이런 추세를 반영하듯 상담관련 전문 학회 소속 회원 수도 이미 10,000명을 넘은지 오래다. 마지막으로 이런 추세는 멈추지 않고 계속되고 있다. “전국민의 상담자화”라는 말이 어색하지 않을 지경이다.   여기에 상담을 전공하고 있거나 상담전공으로 학위를 받은 사람들이 추가적으로 자격증을 취득하기 위해 수고 및 시간, 그리고 돈을 투자하고 있는 상황이다. 여기에 대해서는 자세히 언급하지 않을 것이다. 이미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그 과정을 경험해 보았을 것이기 때문이다. 여기서 문제는 그 결과(즉 자격증 취득)가 과연 그런 수고, 시간, 돈을 투자할 만한 가치를 가지고 있는지의 여부일 것이다. 여기에 대하여 개인적으로 필자가 가지고 있는 경험은 부정적이다.   석사학위 졸업자 수준의 ‘자격증’으로 취업할 수 있는 일자리는 제한적이라고 판단된다. 시도 및 시군구 청소년상담복지센터와 Wee 클래스나 센터를 제외하면 다른 일자리가 잘 떠오르지 조차 않는다. 그나마 어렵게 구한 일자리도 정규직은 드물고 계약직이 대부분이다. 연봉을 생각하면 한숨만 나올 뿐이다. 최근의 조사 보고(이은경, 김동민, 양난미, 손재완 등, 2015)는 초입 수준의 청소년상담사의 연봉 수준이 열악한 수준이며, 이에 대한 개선이 시급함을 지적하고 있다. 박사 수준의 ‘자격증’ 소지자의 경우는 어떤가? 필자가 보기에는 석사 수준의 ‘자격증’ 소지자와 형편이 그리 다르지 않다. 대학상담센터의 경우도 대체로 비정규직으로 채용되며, 그 초임 연봉 수준도 석사수준 ‘자격증’ 소지자와 크게 다르지 않아서 3,500~4,000만원 수준을 넘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일 것이다.   이런 상황인데도 자격증 취득을 위한 요건은 점점 더 강화되고 있는 추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격증 취득을 원하는 사람의 숫자는 줄지 않고 있는 것 같다. ‘자격증’이라는 것이 직접적인 ‘투자 대비 수익’ 그 이상의 의미가 있는 것임에 틀림없는 것 같다. 그것이 무엇이건 현재의 관련 학회 자격 체계가 그것을 충족시키고 있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경제적으로 ‘고비용 저효율’을 특징으로 하는 상담자 양성 체계를 문제 삼지 않고 내버려 두기는 어려운 것 같다. 엄격히 얘기해서 고비용이라고 할 때 비용은 상담자가 되고자 하는 학생 측면에서 지불해야 하는 수고, 시간, 돈을 지칭한다. 양성 기관 측면에서는 학생의 입장과는 달리 ‘저비용’으로 높은 수익을 올리고 있음에 틀림없다. 일반 대학원, 특수 대학원, 사이버 대학, 학부 상담 관련 학과 등의 번성은 이런 상황을 반영하고 있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상담학회가 향후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할 부분은 ‘자격증 취득 체계’ 개선을 통한 대학의 ‘상담자 양성 체계’ 개편이 되어야 할 것이다. 현재 경쟁하는 두 상담 관련 학회가 협력하지 않는 한, 최근 2~3년간의 경험으로 상담 자격증 취득 요건을 강화하는 방향으로의 개편은 그 답이 될 수 없다는 것이 명확해 졌다고 생각된다. 앞으로의 방향은 관련 학회 간의 협조 또는 동시 시행 등을 전제로 한 자격증 취득 요건 강화를 추진하든지 아니면 다른 방향의 방안을 추진하는 것이 될 것이다. 후자 쪽의 방향을 선택한다면, 그 첫 방안은 상담 훈련생의 금전적 부담을 획기적으로 줄여주는 것이 될 것이다. 대학의 상담자 양성 체제 개편의 결과는 내실 있는 상담자 교육을 위한 교육과정의 충실한 운영, 영역 별로 특화된 전문성을 갖춘 교수진의 구성, 다양한 경험을 제공할 수 있는 상담 실습 환경 마련 및 그 기회의 보장 등이 될 것이다. 그러나 이런 결과는 결국 개별 대학의 인적, 제도적, 물적 투자를 전제로 해야 하므로 단기적으로 성취하기 어려울 것이다. 따라서 이런 방향의 변화를 유도하기 위한 시발점으로 상담 훈련생의 금전적 부담을 줄이는 노력이 시도될 수 있을 것이다. 상담 훈련생의 금전적 부담을 줄이기 위한 몇 가지 구체적인 노력에는 (1)무상으로 실습 및 인턴 경험을 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 (2)인턴 또는 실습을 하는 동안 무상으로 수퍼비전 제공하기, (3)자격증 취득에 필요한 요건으로 인정된다는 조건으로 학생에게 부담이 되는 액수를 지불해야 하는 교육 및 연수 프로그램 최소화하기 등등의 방안이 포함될 것이다. 이런 방안은 이미 기득권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되는 사람들의 인식 전환과 희생정신이 전제되어야 할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우리 개개인이 일반화된 관행을 통해 상담 훈련생에게 주고 있는 부담이 무엇인지를 의식해 내려는 노력 또한 필수적으로 요구된다 할 수 있다.   2017년 새해에는 부디 이런 구체적인 실천적 노력이 회원 모두에게 깊은 감동으로 다가오기를 기대해 본다.   김동민 교수 중앙대학교 교수 (사)한국상담학회 서울경기인천상담학회 회장

  2017년 새해, 1월 1일 중앙SUNDAY에서 협력하는 괴짜가 미래 인재 롤모델이라는 타이틀로 창조경제연구회 이민화 이사장이 글을 남겼다. 그는 4차 산업혁명을 현실 세계와 가상 세계의 융합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스마트 공장, 자율주행차, 드론(무인항공기), 핀테크(금융과 기술의 융합) 등으로 대표되는 대부분의 4차 산업들은 현실과 가상의 융합(O2O 융합)을 통한 예측과 맞춤을 본질적인 속성으로 하고 있음을 강조하며, 이러한 맥락에서 4차 산업혁명은 ‘인간을 중심으로 현실과 가상이 순환하여 현실을 최적화하는 O2O(Online To Offline) 융합 혁명’이라고 한다. 1차 산업혁명 → 2차 산업혁명 → 3차 산업혁명 → 4차 산업혁명 철도건설 증기기관 발명으로 시작 기계에 의한 생산   전기와 생산조립라인 출연 생산 기술의 발전, 대량 생산 기능   반도체, PC, 인터넷의 발달 컴퓨터 혁명 또는 디지털 혁명으로 불림   유비쿼터스, 모바일 인터넷, 인공지능과 기계학습 등을 특징으로 함 그러므로 4차 산업혁명을 인공지능, 빅데이터, 사물인터넷과 같은 개별적인 기술의 관점에서 이해하려는 시도는 코끼리 다리를 만지는 것과 비슷한 접근이 될 수 있다. 이러한 기술은 현실과 가상 세계를 연결하는 수단이지 그 자체가 4차 산업혁명의 본질이 될 수 없기 때문이다. 인공지능은 현실과 가상의 융합의 연결고리로 자리잡고 있으며, 가상 세계의 빅데이터를 활용해 예측과 맞춤의 가치를 만들어내고 있다. 이런 즈음에 상담은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까? 한번쯤은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고 본다. 2016년에 많은 이슈들 중 이세돌과 알파고의 바둑 이야기가 있다. 모두 알다시피 알파고의 승리로 귀결된 바 있다. 이를 두고 미래에 없어질 직업들이 열거되기도 하고, C언어로 코딩교육을 강조하는 소프트웨어 교육의 필요성이 크게 부각되기도 하였다. 무엇보다 미래에 없어질 직업 중 하나에 상담심리사가 포함되어있다. 그 이유는 빅데이터로 사람에 대한 모든 분석이 가능하며, 인공지능이 지적 및 감성지능을 보유하고 있으므로 사람과 연결 및 관계 맺음을 성공적으로 할 수 있기 때문에 고도의 훈련을 받은 상담자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내담자의 정보를 모두 입력하면 스트레스에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현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를 가장 적정한 범위 안에서 접근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상담의 기본은 일대일 대면관계이며, 문제에 대한 답을 찾기 보다는 상담과정을 통해 관점의 변화를 유도하고 삶의 방식을 변화하는 등 기계가 할 수 없는 분명한 긍정적인 기대가 상담 분야에 남겨져있다. 그러나 인공지능도 그보다 더 세련된 접근을 할 수 있다는 상상이 곧 현실이 되는 요즈음이다. 무엇보다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교육의 중요성을 설파하고 있다. 4차 산업혁명에서 인간과 인공지능의 역할은 각각 창조적인 일과 반복되는 일로 나누어지고 서로 협력하게 될 것이다. 반복되는 단순 작업은 인공지능과 로봇에게 맡기고 인간은 자기 정체성 표현을 지향하는 보다 고차원적인 창조적인 일에 몰입하게 된다. 고대 그리스 시민들이 노예에게 생산을 맡기고 토론과 전쟁에 집중한 사례와 비견될 수 있을 것이다. 4차 산업혁명의 시대, 인공지능과 함께 공존해야 하는 우리들의 일상에 상담심리학의 본질은 무엇일까? 상담의 기능과 역할을 무엇으로 정의해야 하는가? 등에 대한 질문을 스스로 던지며 함께 고민하자는 제안으로서 글을 마무리하고자 한다. 박성미 교수 동서대학교 사회복지학부 청소년상담심리전공 교수 동서대학교 민석교양대학 교학부장 (사) 한국상담학회 부산울산경남상담학회 회장

    우리 사회는 어쩌면 지금 통화중이거나 스마트폰과 대화중인지도 모른다. 지하철에서, 학교 쉬는 시간에, 점심시간에 등등. 학교에서 어느 시간이든 휴대폰 벨이 울리거나 대화를 하는 경우를 보는 것은 어렵지 않은 풍경인 것 같다. 가끔은 수업시간에도 마찬가지이다. 남을 의식하지 않고 통화 혹은 카톡 등을 하는 경우를 종종 볼 수 있다. 스마트 폰에 집중되어 뭔가를 열심히 하는 학생, 무엇인지는 모르지만 열심히 대화하는 학생, 신나게 돌아다니는 학생, 책상에 앉아서 뭔가를 열심히 하는 학생들…. 몇몇 학생만이 자신의 역할을 하느라고 분주하게 움직이는 모습을 본다. 대학에서 쉬는 시간의 풍경중의 일부이다. 이런 풍경 속을 들여다보면 학생들의 얼굴에는 잔뜩 찌푸린 표정, 굳어진 표정이 역력하여 안타까울 때가 종종 있다. 나의 표정은 어떤 표정일까 성찰을 하면서 상담이란 친구와 사귀면서 생긴 습관이 하나 있다. 어떻게 하면 약간의 마음의 여유를 갖고 미소 상담을 할 수 있을까 상상하면서 입가에 미소를 지어보는 것, 그리고 어떻게 하면 웃음의 꽃을 가꿀 수 있을까라는 상상을 자주 하는 습관이 있다. 학생들 혹은 내담자들의 생기 있는 모습, 얄미운 것 같으면서도 미소를 머금은 모습, 불평불만을 표출하면서도 정감 있는 모습, 순수하게 있는 그대로 웃으면서 자신의 마음을 표현하는 모습 등등을 사랑한다. 그들의 미소라는 꽃을 보면서 어느 책에서 읽었던 내용이 떠오른다. ‘희망이 우리를 버리는 적은 없고 다만 우리가 희망을 버릴 뿐’이라는 이야기가 마음에 와 닿는다. 그 누군가에게 우리는 희망이 되는 존재일 것이다. 한마디의 말도 중요하지만 미소를 선택하여 실천해 보는 것이 그 사람에게 힘이 된다는 것을 우리는 알고 있을 것이다. 특히 상담자는 더욱 그러하리라 생각한다. 남에게 대접받고 인정받고 좋은 관계를 맺는 일은 중요한 일일 것이다. 요즘은 인심이 야박해진 탓인지 남을 잘 대접하고 인정하려 하지 않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그만큼 ‘네가 나를 인정 혹은 이해해 줘’라는 메시지를 쉽게 들을 수 있으나 ‘내가 너를 인정 혹은 이해하려고 노력해 볼게’라는 소리를 듣기도 쉽지 않다. 물론 진심으로 상대방을 이해하려고 해야 하지만 조금 내키지 않더라도 돈 드는 일도, 자신에게 해가 되는 일도 아닌데 남을 이해하려는 마음을 내는 일은 그리 쉬운 것만은 아닐 것이다. 내 자신부터도 그러한 모습을 자주 본다. ‘내가 너를 보는 눈만 가지고 보면 내 잘못은 안보이고 너의 잘못과 너의 탓만 보인다’라는 말이 있다. 제대로 보지 못하는 그런 눈을 한번 쯤 되돌아보면 어떨까하는 생각을 해본다. 남이 나를 보는 눈, 그리고 내가 나를 보는 눈으로…. 그래서 약간의 마음 챙김으로 미소라는 꽃을 정성스럽게 가꾸기를 선택해 보면 어떨까. 아주 작고 사랑스러우며 상냥한 미소의 꽃은 지치고 힘든 사람들에게 힘이 되어주고 삶에 생명의 기운을 불어넣어 줄 것이라 생각한다. 미소가 있는 한 희망을 선택할 수 있는 믿음이 가슴속으로 스며들어오지 않을까? 선택이론(Choice Theory)에 의하면, 인생이 우리를 불행하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하는 선택이 더 불행하게 만드는 것이라고 한다. 바꾸어 말하면 우리가 결정하는 아주 사소한 선택들이 우리에게 작은 행복을 되돌려 줄 수도 있지 않을까 싶다. 미소라는 꽃을 정성스럽게 가꾸기를 선택하는 미소상담자가 되어 보면 어떨까하는 생각을 해본다.   원복연 교수  제주국제대학교 심리상담학과 조교수 (사) 한국상담학회 제주상담학회 회장  

  2005년은 가정법원에서 숙례제도가 처음 도입되면서 시범운영을 시작하던 해이다. 그때는 대구가정법원 앞에서 상담소소장으로 상담소를 몇 해 동안 운영하고 있었고 법원과 협약을 통해 지정된 상담소인지라 갑자기 많은 부부들이 상담을 받으러 몰려오기 시작하였다. 초기 과정에서는 숙려제도가 3주간 시작하여 나와 상담을 하고 상담확인증을 끊어주면 다음날 이혼이 진행되었으며, 이후 숙려제도가 4주가 되면서 상담을 하여도 1주일간의 기간이 소요되게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때는 정말 정신없이 상담을 했으며, 늘 대기실에는 상담을 받고자 부부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아마, 한 달에 적게는 140쌍에서 190쌍의 부부가 우리 상담소에서 이혼 상담을 받고 갔던 것 같다. 처음 사랑을 시작해서 결혼을 하고, 자녀와 함께 가정을 꾸려 나가는 삶이 평범한 줄 알았는데 그러한 평범한 일상 가운데 사실은 많은 부부들이 갈등을 겪고 있으며, 힘들어 하는 모습을 보면서 참 많은 생각을 했던 때이기도 하다. 이후 지금은 현장에서의 상담경험을 바탕으로 대학교에 와서 상담전문가를 양성하면서 많은 제자들을 가르치고 있으며, 어느새 제자들 중 결혼을 한다고 주례를 부탁받기도 하였다. 그때는 늘 이혼상담을 해주던 기억을 떠올리며, 다음과 같이 주례사를 한다.   “1 + 1 = 2” 하나씩 하나씩 알아 갈 때 이해가 된다. 결혼은 한사람과 한사람이 만나서 하나가 되는 것이 아니라 하나씩 하나씩 알아감으로 서로 이해하는 관계의 출발이다. 즉, 관계는 서로에 대해 알아갈 때, 이해하기 시작함으로 자신에 대해 알고 상대에 대해 알아갈수록 이해되어 진다는 것이다. 이는 결혼에서 부부에게만 해당되는 것은 아닐 것이다. 한사람과 한사람이 만나서 친구와 동료 등의 관계를 만들어 갈 때도 적용되어 질 것이다.   “2 + 2 = 4” 이해하고 이해할 때 사랑하게 된다. 이해하고 이해할 때 사랑하게 된다는 말은 이해하면 수용하게 되고 받아들이게 된다는 말이다. 가장 많이 이해한다는 말은 가장 많이 사랑한다는 표현이며, 가장 많이 알면, 가장 많이 이해되고, 가장 많이 이해되면 가장 사랑하는 사이가 되는 것이다. 가족관계가 그러한 모습이며, 사랑하는 사람이, 사랑하는 친구가, 사랑하는 동료가 모두 그러한 특징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관계에서 나를 가장 사랑하는 사람은 나를 가장 잘 알고 이해하는 부모님이 되는 것이며, 우리가 가장 사랑하는 것은 아마 우리가 가장 잘 알고 이해하며, 수용하고 있는 자녀들이 될 것이다. 따라서 깊이 있는 사랑의 관계를 만들려면 “1+1=2” 그 사람에 대해 하나씩 많이 알아가야 할 것이며, 알아 갈수록 “2+2=4” 이해되어 사랑하는 관계가 결혼이다.   “4 + 4 = 8” 사랑하고 사랑할 때 팔자와 운명이 최고가 된다. 사랑하고 사랑할 때 인간의 팔자나 운명에 있어 가장 행복한 사람, 가장 의미 있는 삶을 살게 된다. 인생에 있어 여러 가지 행복이 있고 만족이 있으나 최고의 만족과 행복은 사랑하는 사람, 사랑하는 가족, 사랑하는 친구, 사랑하는 관계를 많이 만들고 가지고 있는 사람일 것이다. 스티브 잡스가 죽음 직전 회고 했던 내용을 살펴보면, 자신은 세상에서 최고의 부와 명예를 가졌다고 생각했으나, 죽음 직전에 자신의 인생을 돌아보니 생각나는 것은 성공이나 맛있는 음식, 좋은 옷과 사치품 등 누렸던 부귀영화가 생각나는 것이 아니라 바로 사랑하는 사람과 사랑의 추억이 가장 많이 생각난다고 회고하면서 “사랑의 추억만이 사람이 이 세상을 떠날 때 남기고 갈 그리고 가지고 갈 가치있는 유일한 것 이라고 하였다(http://himrabbit.tistory.com/entry/SteveJobs%E2%80%99-Last-Words). 즉, 사랑하고 사랑하면 인생의 성공자가 될 수 있을 것이다.    “5 - 3 = 2” 오해가 일어나도 세 번만 상대방의 관점에서 생각하면 이해가 된다.   인간관계에서 많은 오해가 생겨나게 된다. 오해가 발생하는 이유는 어떤 일을 나의 관점에서 이해하고 받아들이게 되면서부터 출발하여, 나의 표현 방식으로 이야기 할 때 생겨난다. 이럴 때 나의 관점에서가 아니라 상대방의 관점에서 3번을 생각하게 되면 이해되기 시작한다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다시 상대에 대해 이해하고 이해하면서 수용하게 될 것이며, 사랑하게 될 것이다. 물론 이러한 과정에서 상담전문가의 도움을 받는다면 그 기간은 더욱 단축될 수 있을 것이며, 이를 위해 우리 같은 상담전문가의 역할이 더욱 필요하며, 더욱 전문성을 갖추기 위해 학문적으로나 실제적으로 노력이 뒷받침되어져야 할 것이다.   박성주 교수 대구경북상담학회 회장 김천대학교 상담심리학과 교수

    미국의 상당수의 주가 마리화나를 사용하는 것을 합법화하였다. 마리화나가 다른 마약들과 비교하여 중독성이나 약의 효과에 있어서 특별히 다른 점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제법 많은 주에서 합법화가 된 이유는 많은 사람들이 이미 이 약물을 쉽게 접하여 사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에서 마약류 사용의 합법화가 시작되면서 중독 및 재활상담 전문가들은 지금까지와는 달리 법체계의 도움 없이 마약류 사용자의 문제행동과 맞닥뜨리게 되었다. 강제적이거나 직면적 방법이 아닌 재활적이고 맥락적인 방법을 사용해야만 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이러한 현상은 중독자로 하여금 의사결정을 더욱 현명하게 하도록 도움으로써 스스로 중독행동을 하지 않도록 선택하여 거부하도록 하며, 그러한 선택을 지속적으로 할 수 있도록 돕는 방법을 찾는 것이 가장 중요한 연구주제가 되었다.    이러한 당면과제에 부응하기 위해 미국 보건 당국은 행동경제학에서의 의사결정 연구들로부터 아이디어를 얻어오기 시작했다. 그래서 최근 부상한 지연 할인(delay discounting)의 개념이다. 지연할인이란 미래에 주어지는 보상이 현재 시점에서 멀어질수록 개인이 해당보상의 가치를 주관적으로 평가절하하는 정도를 말한다. 이는 누군가에게 반드시 약속한 것을 받을 수 있다는 가정으로부터 시작된다. 예를 들면, 지금 바로 1만원을 받을 것인가 아니면 1달 후에 2만원을 받을 것인가 물어보면 지연할인을 많이 경험하는 사람(지연할인이 높은 경우)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가치가 더 떨어졌다고 느끼고, 지금 바로 1만원을 받겠다고 할 것이다. 그러나 현명한 대답은 한 달 후에 2만원을 받겠다고 하는 것일 수 있다. 요즘 세상에 이런 고이율도 없기 때문이다. 지금 바로 1만원을 받겠다고 한 사람도 한 달 후 10만원을 받겠는가 하고 물어보면 생각을 바꾸고 기다렸다가 10만원을 받겠다고 할 수도 있다. 아니면 기간을 한 달이 아닌 1주일이나 하루하루로 줄여줌으로서 2만원을 기다렸다가 받겠다고 맘을 바꿀 수 있다.    사람들은 이렇게 의사결정을 바꾸는 시점이 있는데, 이것에 따라 그 사람의 충동성 정도를 파악할 수 있다는 개념이다. 중독자일수록 또는 비행청소년들일수록 지연할인이 높게 일어나고, 이러한 지연할인이 낮아질수록 현명한 선택을 한다는 연구결과들이 지속적으로 보고되고 있다. 상담의 다양한 접근들도 이런 지연할인 정도를 낮추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최근 연구에서도 스마트폰 의존도가 높을수록 충동성과 지연할인이 높게 나타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의사결정에 있어서 충동적이지 않을 수 있도록 돕는 것만으로도 중독행동의 변화에 상당한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정작 큰 문제는 신뢰성에 있다. 중독자들이 충동성이 높아지고 지연할인이 높게 나타나는 데는 타인을 신뢰할 수 없음, 즉 그들에게 보상을 약속하였다 하더라도 한 달 후에 줄 것인지, 아닌지 알 수 없으므로 어떻게 믿고 기다리는가 라고 생각하는 데 있다. 믿을 수 없는 사람들과 사회가 되어 갈수록 사람들은 참지 못하고 충동적이며 또한, 현명하지 않은 의사결정과 행동을 해 나가게 된다.    요즘 나라 안팎으로 대통령을 비롯하여 법, 정치와 문화 여러 분야에서 우리가 믿었던 것들로부터 ‘믿을 수 없다, 신뢰 할 수 없다’라고 하는 결론에 이르는 현실에 처해 있다. 믿을 수 없는 사회가 되어 가고 있다는 것은 우리나라가 더 이상 공식적 마약의 청정국이 아닐 지도 모른다는 생각과 더불어 오히려 많은 중독자들이 생겨나고 있는 이러한 상황이 전혀 이상할 것이 없게 느껴지기도 한다.    믿음과 신뢰가 상실된 사회, 그 안에서 더욱 충동적으로 되어 버린 사람들이 있다. 그들을 향해 우리 상담자들은 누군가에게 약속한 것을 지킬 수 있는 사람인가 스스로 반문하며, 진솔함과 신뢰를 바탕으로 다시 건강한 관계를 만들어 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전문가가 될 수 있는가 질문해 본다.   신성만 교수 (사)한국상담학회 중독상담학회 회장 한동대학교 상담심리 사회복지학부 교수

  15-6년 전, 기업 내 상담센터에서 일할 때였다. 나는 종종 ‘넥타이부대에 대한 경례’의 마음을 갖곤 했다. 점심시간 서울 도심의 식당 골목 사이사이를 가득 메우고 걷고 있는 거대한 넥타이부대의 물결을 보면서, 그들이 이야기하는 모습과 그들이 짓는 표정들을 볼 때 마다 찡하면서도 따뜻한 마음을 느끼곤 했다. 우리 경제를 만들고 지탱하는 이 소중한 개미들이 각자 마음속에 여러 가지 애환과 아픔을 지닌 채로 점심시간이나마 평안과 휴식을 갖고자 이렇게 식당을 찾고 커피 한잔의 여유를 추구하고 있는 것이었다. 이미 취업이 되었다는 이유로 주변 사람들이 부러워 하니 자신의 애환을 토로하고 이해받기도 어려워서 외로웠다. 이들을 상담실에서 만나면서 이들 한 사람 한 사람이 가지고 있는 고민과 애환을 너무나 잘 알기에 이들을 볼 때 애정만이 아닌 복잡한 마음이 들었다. 행복하지 않은 직장인의 생각과 감정에 밴 쓰디씀, 싸늘함 혹은 뜨거움은 그들의 표정과 언행으로 드러나거나 분위기에 반영되어 그 가족에게 그리고 같은 부서원들에게 영향을 미치게 된다. 그것은 이 사람과 그 배우자의 확대가족 구성원 그리고 부서원 각 개인은 거래하는 업체의 부서 사람들에게 다시 영향을 주게 되는 것이다. 기업상담실을 그만두고 대학에서 일하게 된 이후에도 기업 구성원들에게 강의를 하거나 기업 구성원을 상담하는 등 인연은 이어졌고, 이들을 교육하거나 상담하기 전, 이들을 만날 준비를 하면서 나는 생각한다. 이들의 마음을 어루만지고 이들에게 좋은 변화가 생기도록 내가 영향을 준다면 이들이 만드는 제품에 그 좋은 기운이 흘러들어갈 것이고 이들이 만든 제품이 더 좋은 것이 되도록 영향을 주는 셈이 될 거라고, 그러면 이들이 만든 제품이 머무르는 공간에 함께 있는 사람들 모두에게 좋은 일이 될 것이라고, 기업 구성원 한 사람에게는 핵가족과 확대가족을 포함하면 적어도 10명 정도의 가족이 있을 것이고 이 한 사람이 더 행복하고 건강해지면 그것은 10배의 작용을 할 것이라고 그렇게 경례하는 마음이 되곤 한다. 사실 기업 구성원들이 특별히 더 많은 사람들에게 더 큰 영향을 주는 것은 아니다. 우리는 모두 크든 작든 많든 적든 세상과 사람들에게 영향을 주며 살아간다. 즉 우리는 모두 세상과 영향을 주고 받으며 살아가는 것이다. 그런데 25여년 상담을 하면서, “누구”에게 준 영향 때문에 상담을 받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상담자로서 나는 “누구” 때문에 행복하지 않다는 많은 내담자들을 만나왔다. “누구”는 배우자, 자녀, 부모, 형제, 직장 상사, 직장동료, 친구 등 다양하지만 공통적으로 이들 때문에, 화가 나기도 하고 우울하기도 하고 고민스럽기도 하고 숨을 제대로 못 쉴 만큼 답답하기도 하고 죽고 싶을 만큼 고통스럽기도 하다. 조금 더 이야기해보자.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에게서 자신이 받는 긍정적 영향을 이야기하기보다는 다른 사람에게 받는 부정적 영향을 주로 이야기하는 것 같다. 주는 영향과 받는 영향이 서로 연결되어 서로 어우러지고 영향을 주고받고 있는 점을 이야기하는 경우는 더욱 드물다. 직장 동료들이 자신을 왕따시키고 자신의 안 좋은 면을 부각시키려고 해서 직장 생활이 너무 힘들고 살고 싶지도 않다고 이야기하지, 자신이 직장 동료들에게 어떤 영향을 주고 있는지에 대해서 이야기하지 않는다. 예를 들어, 자신의 완벽을 추구하는 업무 스타일과 이것을 동료들에게도 주장하는 면이 동료들의 마음을 불편하게 하고 같이 대화하기 싫도록 영향을 주고 있다는 것은 알아차리기 힘들다. 자신은 그런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내향적이고 조용한 사람이라 회의에서 별로 자기주장을 하지 않는다고 항변할 지도 모른다. 그러나 동료들과 같이 업무에 대해 이야기할 때 자신과 다른 의견이 나오면 침묵하는 것이 정서적으로는 오히려 더 강한 주장으로 동료들에게 느껴진다는 것을 알아차리기는 쉽지 않다. 다른 사람들에게 영향을 주고 싶은 마음과 그렇게 준 영향이 자신에게 부정적인 영향으로 돌아오는 것을 받고 싶지 않기 때문에 영향을 주고 싶지 않은 마음이 함께 작용해서 내가 의도하지 않은 더 부정적인 영향을 상대에게 미치게 되고 결과적으로 나 자신에게 오히려 더 부정적인 영향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것을 알아차리기는 정말로 쉽지 않다. 상담자들이 사람과 사람간의 이러한 역동적 상호작용을 잘 이해하고 우리가 만나는 사람들이 이러한 점을 알아차리도록 촉진할 수 있는 상담 방법과 기술을 익히고 상담에 잘 적용하기를 바란다. 세상과 더불어 더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아가기 위해서는 우리가 세상과 사람들로부터 영향을 받기만 하는 존재가 아니라는 점, 세상과 사람들에게 좋은 영향을 주는 면, 이와 더불어 나쁜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사실을 사람들이 더 분명하게 인식하기를 소망한다. 더 나아가 우리에게 들어오는 나쁜 영향과 좋은 영향을 우리가 어느 정도는 스스로 선택하고 조절할 수 있음을, 선택하고 조절할 겨를 없이 우리에게 이미 들어온 영향이라 하더라도 그 영향으로부터 다시 세상에 대한 영향으로 되돌릴 영향의 부분을 우리 스스로 선택하고 만들어갈 수 있다는 것을 인식하고 실천하기를 소망한다.   이윤주 교수 (사)한국상담학회 기업상담학회 회장 영남대학교 교수

  상담은 성장과 치유를 기본적 목표로 한다. 나 역시 상담전문가로서 무엇이 진정 내담자를 성장하게하고 치유의 경험을 하게 하는지에 대해 스스로 끊임없는 질문을 던지곤 한다. 이는 아마도 모든 상담자들이 갖고 있는 고민일 것이다. 따라서 상담자는 변화라는 공동의 목표를 위해 각자 나름대로의 철학적 기반을 바탕으로 상담적 접근을 시도한다. 어떤 상담자는 현재 문제가 되는 모습에 대한 과거의 뿌리를 탐색하고 그 원인을 통찰하도록 함으로써 내담자의 정신적 성장을 이루도록 돕기도 하고, 또 다른 상담자는 내담자의 진정한 욕구를 파악해 이를 실행하도록 적극적인 계획과 조언을 한다. 그 밖에 과거 억압되어 응어리졌던 내담자의 감정을 풀어주거나 그들의 비합리적인 사고방식을 변화시켜 보다 나은 삶을 살 수 있도록 돕는 등 각자에게 적절한 방식을 선택한다. 이 모든 것들이 유용한 방법이고 가치 있는 변화의 통로라 할 수 있다. 그러나 내담자를 포함한 인간의 변화와 치유, 그리고 자각과 성장을 촉진하는 진정한 힘은 어디에서 비롯되는 것일까? 나는 이에 대한 질문에 망설임없이 ‘만남’이라 대답하고자 한다. 만남은 분명 우리가 인생 가운데 부여받은 가장 큰 축복일 것이다. 인간은 근본적으로 관계적 존재이고, 만남 속에서 존재감과 친밀감을 누릴 수 있기를 갈망하고 있다. 따라서 성숙하고 좋은 만남은 세상의 그 어떤 것보다도 인생을 행복하고 풍요롭게 하며, 자연스럽게 성장과 치유를 경험하도록 만든다. 상담도 어느 방식으로든 기본적으로 만남을 통해 이루어진다. 나는 상담자로서의 경험이 쌓여갈수록 성장과 치유는 어떤 상담적 기술과 개입전략, 또는 분석과 평가보다도 내담자가 상담자와의 관계에서 어떤 관계적 경험을 하느냐에 따라 결정된다고 확신한다. 일반적으로 만남을 통한 사람의 관계는 반사적 관계, 적응적 관계, 상호적 관계로 나누어 볼 수 있다. 반사적 관계는 마치 갓 태어난 어린아이들의 모습같이 상대방과의 상호교류는 없고 그저 본능적인 반사작용만 하는 것을 의미한다. 선입견과 편견에 사로잡혀 있는 사람들은 관계에 있어서도 그저 반사작용만 있는 경우가 많다. 적응적 관계는 마치 자기중심적인 아이들같이 상대방의 입장은 무시한 채 자기의 생각이나 기분에만 맞추어 줄 것을 요구하는 관계를 말한다. 이들은 주로 타인보다 우월한 지위에 있어야 하고 자존심을 세우는 것에 모든 에너지를 쏟는다. 반면에 상호적 관계는 타인의 마음에 귀를 기울이고 이해하는 동시에 자신의 마음도 개방하는 인격적인 관계를 의미한다. 대부분의 상담자는 내담자와 상호적 관계를 지향하고자 의도한다. 그러나 실제 상담 현장에서의 관계패턴은 상담자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다르게 나타날 수 있다. 상담자가 내담자의 삶에 대한 관심이나 내담자와의 교류보다는 자동적으로 내담자를 진단하고 평가하는 것에만 익숙해 있다면 내담자는 일종의 반사적 관계를 경험하게 될 것이다. 상담자의 권위적 조언과 내담자를 상담자적 틀에 의존하게 만든다면 내담자는 결국 적응적 관계를 경험하게 될 것이다. 이러한 관계는 마틴 부버가 언급했던 ‘나-그것’의 관계로서 사물적 상대로 관계를 맺는 것이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내담자는 상담자와의 진솔한 상호적 관계를 직접적으로 체험함으로서 자신의 존재감과 자율성을 회복해 나갈 수 있다. 비록 시간이 걸리고 힘이 들어도 인간은 상호적 관계 속에서만 진정한 성숙을 이룰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마틴 부버가 언급했던 ‘나-너’로서 관계를 맺는 것이며 이러한 관계경험을 통해 내담자는 자신의 존재감과 자율성을 회복해 나갈 수 있다.   결국 상담이라는 장(場)은 자신의 삶에 대한 진정한 개방과 함께 상대방을 환대하는 경험이 선행되어야만 비로소 치유적 경험이 일어날 수 있다. 그러기위해 상담자는 무엇보다 실존적 만남을 이룰 수 있는 “관계전문가”여야 한다. 이는 얄롬이 언급한 것처럼 사람을 변화시키는 것은 ‘치료적 말(therapeutic word)'이 아닌 '치료적 태도(therapeutic attitude)'라는 상담의 기본개념을 잊지 말아야하는 것과 같다. 아마도 내담자에게 오래토록 잔잔한 여운으로 남을 상담자에 대한 기억은 화려한 기법이나 언어가 아닌 투박하고 소박하더라도 진솔한 만남을 통해 자신의 가치를 일깨워주었던 사람일 것이다. 모든 상담자들과 내담자들이 상담의 현장에서 만남의 진정한 가치를 경험하는 축복의 기회를 가지게 되기를 소망해 본다.     한재희 교수 백석대학교 상담대학원 교수 (사)한국상담학회 심리치료상담학회 회장

미국의 대표적 경영학자 였던 피터ㆍ드럭커(Peter F. Drucker)는 경영지식이 5년을 단위로 큰 변동을 불러일으킨다고 하였고, 유명한 정치가는 변화하는 시대에 적용할 수 있는 내용으로 법률, 교육 등을 계속 수정해나가면서 사회는 5~10년마다 구조적으로 변화가 생긴다고 한다. 반면에 사람들의 정신적 변화는 가만히 두면 30년 이상 걸린다고 한다. 이런 정신적, 문화적 그리고 과학기술 및 경제 측면에서의 변화 발전의 차이로 인하여 사람들은 인간관계에서 스트레스를 받아 심리적인 질병에 시달리고, 적응하기 어려운 개인의 문제에 직면하게 되고, 더 나아가서는 사회적 문제로 확산이 되고 있다.   이런 현상의 영향인지는 잘 모르지만 요즘 사람들은 어렵다. 힘들다라는 말을 마치 일상의 언어인 듯 늘 입버릇처럼 말하는 것을 쉽게 볼 수 있다. 구체적으로 무엇이 어렵고 힘드냐고 물어보면 명확하고 뚜렷한 이유는 없는 경우가 많다. 그냥 사는 것이 다 어렵고 힘들다는 것이다. 몇 십 년 전 보다 우리 사회는 정치, 경제, 사회적인 면에서 발전하고 풍요로운 환경이 되었지만, 사람들은 행복보다는 불행함을 더 느끼고 언제나 부족함과 결핍감에 시달리고 있다. 단기간에 이루어낸 우리나라의 물질문명의 급성장은 상대적인 빈곤감, 다양한 가치관의 변화를 가져왔고, 이 모든 것들이 “ 사람들로 하여금 보다 빨리 변화하는 사회변동 추세에 맞추라고 사람들을 내몰고 있기 때문은 아닐까 하고 생각하게 한다.   이러한 사회의 흐름은 “상담”의 전문영역에서도 영향을 받고 있다. 상담의 전문성은 지도자와 수련자간의 “수퍼비전” 을 통하여 상호성장 한다. 하지만 “수퍼비전”이라는 지도자와 수련자의 특별한 관계의 상호작용의 과정에서도 일부 수련생은 단기간에 효과를 나타낼 수 있는 전략과 기법을 찾고 싶어 한다. 그 이유가 여러 가지이겠지만 우리 사회의 “빨리빨리“의 문화와 단기간에 해결을 하지 않으면 무능력한 전문가로 치부될지도 모르고, 그래서 경쟁에서 밀려 실패자로 전락하지 않을까하는 불안감, 조급함으로 단기간에 전문영역의 명성을 얻으려고 하는 것은 아닐까 하고 생각해본다.   상담은 사람의 마음을 안고 함께 걸어가는 고귀한 학문이다. 사람은 단시간에 변화될 수 없고, 성장되지 않는다. 사람이 변화하기 위해서는 일정한 기간과 준비하는 시간이 필요하고, 연습도 중요하다. 더욱이 상담을 받는 내담자의 심리적 특성은 매우 제한적이다. 자기존재가치를 갖지 못하고 가치관의 혼란과 인간관계의 어려움, 우울감 등의 고통으로 부적응에 시달리고 있는 경향을 보이는 경우가 많다. 상담자는 내담자의 이러한 특성을 함께하는 전문가이고, 수퍼바이저는 이러한 수련생과 그 수련생의 내담자를 동시에 함께 안고가야 하는 경우도 있다. 때로는 수퍼바이저와 상담자는 내담자 주변의 사회현상과 사회구조도 관심을 기울여서 한 개인이 안정적으로 기능하면서 발전하고 바람직한 방향으로 성장을 할 수 있게 하는 역할을 해야 하는 책임도 있다.  상담자는 단기간에 내담자의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하여 무능한 것도 아니고, 단기간에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었다고 유능하다고만 할 수가 없다. 상담의 정확한 해결에 대한 해답은 내담자인 “사람 자체가 답” 이라고 본다. 조금 변화의 지체를 보인다고 하여도 사람은 무궁무진한 잠재력을 보유하고 있다. 그리고 다양한 정신적, 문화적, 사회변화에 유연하게 적응하려는 긍정의 추동을 지니고 있다는 믿음을 가져야한다. 그리고 인간의 존엄성을 스스로 실현하는 존재라는 확신을 가지는 상담자로서 상담의 패러다임 변화와 올바른 인식을 하여야 할 것이다. 상담자도 단기간의 내담자 변화와 문제해결보다 “내담자“ 존재의 특성과 흐름에 따라 함께 가는 중요한 전문적 활동을 하는 사람이라는 정체성을 가지면 하는 바람을 가진다.   하 창 순 건양대학교 교수 (사) 한국상담학회 교정상담학회 회장

  건강한 삶이란 건강한 정신의 창조물이다. 건강한 정신에서 건강한 신체와 삶이 비롯된다. 많은 사람들은 ‘건강한 신체에서 건강한 정신’이 나온다는 말을 입버릇처럼 하고 있지만, 상담현장에서 만나는 대다수의 사람들은 심리적인 문제로 건강하지 못한 삶을 살아가고 있음을 볼 수 있다. 사람들은 자신의 심리내적 문제로 인해 불안과 우울, 두통, 식욕부진, 소화기계통의 장애와 같은 신체적 증상을 나타내는 경우가 많다. “어떻게 사는 것이 건강하게 사는 것이고, 잘 사는 것일까?”에 대하여 많은 사람들이 궁금해 하고 관심을 갖는다. 상담현장에서 내가 만난 사람들을 통해 알게 된 건강한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특징은 다음과 같다. 첫째, 현재 있는 곳에서 하고 있는 일에 최선을 다하며 그것을 즐길 줄 안다. 상담실을 찾는 많은 사람들은 자신의 지나간 일(과거)에 메여서 고민하고 갈등을 하거나, 다가올 일(미래)을 고민하느라 현재 맡은 일에 집중을 못하고 힘들어하는 모습을 많이 보게 된다. 지금 당신은 어떠한가? 현재하고 있는 일(학업, 직장, 결혼생활, 군생활 등)에 얼마나 집중하고 있는가? 딴 생각으로 시간을 보내거나 낭비하며 힘들어하고 있지는 않는지? 지금 여기에 집중해 보자. 오늘 나에게 주어진 시간, 주어진 에너지는 한정되어 있다. 만약 지나간 일이나 다가올 일을 걱정하고 있다면 그것에 소모되는 에너지만큼 지금 내가 하는 일에 집중할 수 있는 에너지는 줄어들게 될 것이다. 내가 지금 하는 일에 나의 모든 에너지를 집중할 수 있는 삶이 가장 건강한 삶이고 행복한 삶이라고 생각한다. 현재를 충실하고 행복하게 사는 사람이 미래도 행복할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한다. 현재 하는 일에 최선을 다하고 그 일을 즐길 수 있다면 건강한 삶의 한 요인을 갖춘 사람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둘째, 어떠한 일이든 남의 탓으로 돌리지 않고, 자기 자신을 돌아 볼 수 있는 힘이 있다. 많은 사람들은 현재 겪고 있는 어려움의 원인이나 책임을 상대방이나 조직, 환경 탓으로 돌리는 모습을 본다. 그만큼 관계가 힘들다는 표현이겠지만 우리는 어디를 가든지 다양한 관계 속에서 살아갈 수밖에 없다. 처해진 곳에서 관계가 어떠하냐 하는 것이 그 사람의 행복지수와 비례하는 것을 볼 수 있다. 특히 우리가 속한 삶의 현장에서 가까이 하는 사람들, 즉 부모, 상사, 선배, 친구, 애인 때문에 힘들어 하는 경우를 많이 보게 되는데, 이러한 가까운 사람들과의 관계가 그 사람의 행복지수와 직결된다. 내가 맺고 있는 주변 사람들과 관계가 힘들고 어렵다면 불행하다고 말 할 수 있을 것이고, 그 관계가 좋으면 즐겁고 행복한 삶을 살고 있다고 말 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인간관계에서 일시적으로 어렵고 힘든 경우도 있지만, 지속적인 관계에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다. 어떻든 인간관계에서 어려움을 격을 때 상대방을 탓하면 나의 변화와 성장은 일어날 수 없고 스트레스만 가중된다. 그러므로 나의 성장과 정신건강을 위해서는 나를 돌아보고 변화를 추구해가야 한다. 건강한 삶을 추구하는 우리는 나의 행복을 위하여 남을 탓하기 전에 나 자신을 먼저 돌아보고 내가 해야 할 것은 없는지 살펴보는 자세를 갖는다면 더욱 건강한 삶을 살게 될 것이다. 셋째,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서로 다르다는 것을 인정하고 다른 것을 받아들일 수 있다. 우리가 만나는 많은 사람들은 나와 같지 않다. 부모가 다르고, 자란 환경이 다르고, 성격이 다르고, 가치관이 다르고, 너무나 많은 부분이 다르기 때문에 이것을 같아지라고 요구할 수는 없을 것이다. 이런 사실을 알면서도 우리는 많은 관계에서 상대방이 나와 같은 마음, 같은 생각을 가지기를 요구한다. 내 생각과 다르거나, 내가 요구하는 대로 하지 않으면 화를 내고, 그것으로 인해 관계가 악화되어 가는 것을 볼 수 있다. 만약 상대방과 다른 것을 받아들이지 못해 힘들어하고 있는 사람이 있다면 자신의 손바닥을 펴서 손금이나 지문을 바라보라. 세상에서 지문이 같은 사람은 없다. 우리가 가진 지문이 서로 다르듯이 우리가 만나는 많은 사람들은 서로 다르다. 상대방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며 마음의 평안을 찾도록 노력해 보자. 여러분의 삶 가운데 언제 어디서든 화나는 일이 생기면, 먼저 자신의 손바닥을 한번 펴보고 행동하는 여유를 갖기 바란다. 여러분의 마음이 한층 더 가벼워지고 평온해지게 될 것이다. 넷째, 상대방의 좋은 것을 먼저 보고, 말해줄 줄 안다. 우리 주변에는 상대방의 좋은 것을 먼저 보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그렇지 않는 사람도 있다. 좋은 것을 먼저 볼 줄 아는 사람은 그것을 보는 순간 자기 자신의 기분이 좋아질 뿐만 아니라 마음의 평안과 여유가 생길 것이고, 안 좋은 것을 먼저 보는 사람은 그것을 보는 순간 화나고, 짜증나서 본인의 마음이 힘들어 질 것이다. 이왕이면 상대방이 잘하는 것, 상대방의 좋은 것을 먼저 보고 그것을 말해줄 수 있는 여유를 가져보자. 지금 여기에 좋은 것을 먼저 보는 사람들이 많아서 그 마음을 주고받는다면, 분명 여기는 기쁨이 충만하고 행복이 가득한 향기 나는 곳이 되지 않을까. 나부터 시작해 보자. 우리는 우리가 속해 있는 곳에서 하고 있는 일에 최선을 다하며 즐길 줄 알고, 많은 인간관계에서 일어나는 어려움과 갈등 속에서 자신을 돌아보며, 서로 다르다는 것을 인정하고 받아들이고, 상대방의 좋은 것을 먼저 보고 말해줄 수 있을 때 나의 행복과 건강한 삶은 물론 이거니와 그 조직의 발전도 있을 수 있다는 것을 기억하자. 여러분의 삶의 현장이 즐겁고 행복한 공간이 되기를 소망합니다.     장현덕 아라상담연구소 교육센터장 (사)한국상담학회 군상담학회장  

  걱정, 불안 그리고 스트레스가 다 같은 것일까요? 걱정, 불안 그리고 스트레스는 비슷해 보이는 개념이기도 하지만 면밀히 살펴보면 다른 개념이라 할 수 있습니다. 차이점을 정확히 이해해야 해결 방법도 찾아낼 수 있을 있을 겁니다. 먼저 걱정(Worry)는 하나의 생각으로써 우리 마음에서 서로 얼키고 섥힌 생각덩어리라 할 수 있습니다. 걱정은 금방 일어나지 않지만 일어날 가능성이 있는 것들에 대한 고민이죠. 이는 다양한 관점과 다른 각도에서 살펴봄으로써 해결할 수도 있는 문제다. 없는 일을 사서 고민하니 걱정은 번뇌망상이라 할 수 있습니다.   허나 걱정이 계속 반복적으로 일어나 부정적인 자기암시가 되어 감정에까지 전이되면 불안이 되며 결국 스트레스를 일으키게 됩니다. 스트레스는 다양한 몸의 증세로 나타난다. 걱정은 전두엽에서 일어난다. 생각이 걱정의 근원이 되는 것이죠. 반면 불안(Anxiety)은 우려(apprehension), 즉 두려움이나 공포감을 일으키는 것과 행여 안 좋은 일이 생길지도 모른다고 느껴지는 두려움이란 느낌을 일으키는 불편한 마음이라 할 수 있습니다. ‘나에게 좋지않은 일이 일어날지도 몰라’라는 느낌으로써 이는 것으로써 진화적으로 늦게 발달된, 좀 더 두뇌의 감정적이고 직감적인 부위 변연계서 일어납니다. 스트레스는 소위 파충류의 뇌에서 일어난다. 파충류 뇌는 모든 사람들의 느낌이나, 생각 그리고 감정들을 지배하는데, 이 뇌가 활성화 되면 우리는 화를 내게 되고, 짜증이 나고, 모든 것들 것 나를 중심으로 생각하게 되는 것입니다.    스트레스와 긴장이란 각자가 보는 세상에서 뭔가 잘못되었다는 걸 밖으로 표현한 겁니다. 스트레스와 긴장감은 우리 삶에서 뭔가 행복하지 못할 때 나타나는 외적 표현이죠. 마치 뜨거운 난로에 손을 댔을 때, 뜨겁다는 육체적 고통을 느끼는 건, 바로 이런 일을 하면 육체적으로 상처를 입는다는 경고이듯이, 스트레스나 긴장감도 이와 마찬가지로 내가 정신적인 상처를 입을 지도 모른다는 경고인 겁니다. 그래서 이걸 적절하게 대처하지 않으면, 그 마음으로 인해 몸이 아프게 되고, 그 상황을 벗어나려고 아프다. 정도가 심하면 죽음에까지 이를 수 있는 것입니다.   Psychoimmunology관점에서 볼 때 정신이 인체의 면역체계를 약화시키거나 강화시킨다고 볼 수 있습니다. 부정적 감정, 스트레스, 긴장감, 불안, 분노, 좌절감등이 실제로 우리의 면역성을 저하시키고, 항체 생성을 억제하는 바람에, 우리 몸이 감기나 독감을 포함한 온갖 질병에 무방비 상태로 노출된다는 뜻이죠. 반면, 긍정적이고, 낙천적이며, 밝고 열정적인 사람, 즉, 자부심이 높은 사람은 질병에 대한 저항력이 강한 반면에, 부정적이고, 늘 축 쳐져 있고, 염세적이고, 냉소적인 사람은 점점 항체 생성이 줄어드는 바람에, 늘 병을 달고 다니게 됩니다.   어떻게 해야 할까요? 이게 걱정을 사냥하는 방법을 알려드립니다.   먼저 우리가 잊지 않아야 하는 것은 마음의 법칙입니다. 즉, NLP의 수많은 전제 중 하나인 ‘스트레스를 주는 상황’이란 없고, 단지 스트레스를 받는 인간의 반응이 있을 뿐이다.’라는 전제를 기억하는 것입니다.     그렇습니다. 스트레스를 받는 반응이 있을 뿐입니다. 출근길 차가 꽉 막히는 상황을 맞았는데, 한 사람은 화를 내고, 다른 사람은 담담하게 받아들이며 화를 내지 않는다. 이는 처한 상황이 이유일수도 있으나 어떻게 반응을 결정하느냐의 능력차이기도 하죠. 같은 사람도 같은 상황에서 반응이 달라질수도 있다. 예컨대 하루는 짜증을 내고, 다음날은 긍정적으로 생각해서 전혀 화를 안내기도 합니다. 따라서 스트레스와 불안은 외부에 존재하는게 아니라 바로 내안에서 오는 겁니다. 세상 그 자체가 아니라, 우리가 생각하고 반응하는 방식일 뿐이죠.   만약 직면한 문제가 걱정이라면 마크 트웨인의 “두렵다고 느껴지면 그 일을 해라. 두려움이 완전히 사라진다” 라는 명제를 기억할 필요가 있습니다. 모든 것은 마음의 작용인데요, 두렵다고 느끼는 일을 해버리면, 두려움이 사라집니다. 소위 systematic desensitization 이라는 법칙을 삶에서 활용하는 것입니다. 이법칙은 많은 사람들 앞에서 연설하는게 두려워도, 그냥 나가서 하다 보면, 놀랍게도 두려움이 사리진다고 이야기 합니다. 많은 사람앞에서 말하는게 두렵다든가, 물건을 파는게 두렵다든가 할 때, 그냥 나가서 그 두려운 일을 자꾸만 반복하다 보면 나도 모르게 두려움은 사라지고 편안하게 됩니다.   이성엽 교수 (사)한국상담학회 NLP상담학회장 아주대학교 교육대학원 교수 아주대학교 평생교육원 원장

    주변에서 사회적으로 성공한 사람들이 많은 데, 그들에게서도 우리와 마찬가지로 마음의 병과 몸의 병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힘든 과제는 얼마든지 해치우면서 정작 주변사람들과 부딪치는 일이 많아 마음고생을 하거나, 걸어다니는 종합병원이라고 호소하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문제가 알약 한 알로 해결된다면 얼마나 편하겠는가. 그러나 아무리 4차 산업혁명이 눈앞에 전개된다고 해도 인간이 스스로 해내야 하는 분야는 여전히 존재하고 있으니 그것은 자신의 몸과 마음을 잘 돌보는 일이다. 마음의 병이라고 하면 우리 학회에서 배출한 전문가가 여러 현장에서 자신의 월급 이상으로 열성적으로 헌신하고 있으니 일단 접어두고, 나는 이제 몸을 위한 상담학을 제안하고자 한다. 과거에 비해 잘 먹고 잘 사는 데도 체력은 더 약해졌다고 하는 보고도 있어, 수명100세 시대를 맞이해 걱정되는 것은 역시 건강이다. 아프면서 오래 사는 것을 바람직하게 볼 수는 없다. 의학적으로도 완치가 아니라 평생 관리하는 것에 중점을 두고 있다고 한다. 세계는 지금 비만과의 전쟁을 계속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최근에 비만지도가 발표되어 다시 한 번 비만의 심각성을 인식하게 되고 국가의 보건정책으로 비만관리가 성인병 예방을 위해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그런데 만병의 근원인 비만은 단순히 식이요법과 운동등 생활습관을 교정한다고 해서 해결될 수 있는 괴물이 아니다. 극도의 스트레스로 인해 과식과 폭식 등 이른바 음식중독으로 가는 경로가 한 번 굳어지면 별별 방법을 써도 다이어트 가 실패를 거듭하게 된다. 나는 몇 년전부터 비만에 관심을 가지고, 저소득층 아동과 청소년, 대학생, 중년기 여성을 대상으로 개인상담과 집단상담을 진행해왔는데, 성별이나 나이, 계층에 상관없이 스트레스를 받으면 음식에 의존하는 행동의 기저에는 불안, 우울, 외로움, 낮은 자아존중감 등 심리적으로 취약한 면이 발견되었고, 의기소침, 의욕저하, 무기력감으로 스스로 체중조절을 포기하고 방치하는 경우도 많았다. 인간이 생존하기 위한 가장 기본적인 욕구는 연결의 욕구이며, 서로 지지하고 인정하고 공감해주는 관계 속에서 아이도 어른도 성장해나간다는 인간발달의 기본 전제가 여전히 유효하다면, 몸을 위한 상담에도 그대로 적용될 수 있다고 본다. 영양학, 의학, 스포츠학계에서 수많은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보급하고 있어도 비만율이 높아가는 이유는 비만관리의 주된 관점이 자기사랑과 자기이해를 지지하기보다는 부정적인 행동을 통제하고 조절하도록 하는 인지요법, 행동요법 등에 치중했기 때문이다. 정부산하 여러 기관에서 비만관리 업무를 중복적으로 다루고 있는데, 한국상담학회에서도 다른 분야의 전문가들과 협업하여 비만상담 영역에 관심을 가지고 주도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현대 사회는 보여지는 것이 중요한 시대이며, 외모와 건강을 포함해 자기관리가 되지 않은 사람은 존경받기 어려운 시대이다. 그렇다고해서 성형수술이 유일한 답이 될 수 없고, 되어서도 안 된다. 그 역시 중독이 되기 쉽기 때문이다. 몸의 문제 또한 마음의 문제이기도 하며, 역으로 몸이 건강해지면 마음의 병도 완화되는 경우를 많이 찾아 볼 수 있다. 우리 상담인들도 자기돌봄의 차원에서 건강관리를 실천하고, 매력적인 프로그램을 개발하여 임상적인 효과를 입증해야 하며, 지역사회에서도 적극적으로 제 역할을 찾아서 기여해야 할 것이다.   이정연 교수 (사)한국상담학회 부부가족상담학회장 목포대학교 아동학과 교수

  얼마 전 애니메이션 영화 ‘인사이드 아웃’이 상영된 적이 있다. 이 영화는 기쁨이, 슬픔이, 버럭이, 까칠이, 소심이 등 다섯 가지 감정이 제각기 사람의 모습을 띠고 감정컨트롤본부에서 일하는 것으로 설정하여 우리의 생각과 행동에 영향을 미치는 감정의 역할을 실감 나게 보여준다. 여기서 기쁨이, 슬픔이, 버럭이, 까칠이, 소심이는 감정 연구의 대가이며 실제로 이 영화의 과학 자문을 맡았던 폴 에크만이 주장한 기본감정 즉, 기쁨, 슬픔, 분노, 혐오, 두려움을 각각 형상화한 것이다. 감정은 무엇인가? 흔히 감정을 경험에 대한 우리의 반응으로 본다. 즉, 인식이 감정보다 선행한다는 입장이다. 여기서 감정은 우리를 둘러싼 세상에 대한 반응이며, 생각, 신념, 그리고 우리가 하는 상상에 대한 반응이다. 흔히 우리가 삶을 어떻게 인식하느냐 하는 것이 우리가 어떻게 느끼느냐 하는 것을 결정하기도 한다. 인식이 감정에 영향을 주는 것처럼, 감정 역시 우리의 경험을 구체화 한다. 우리가 기분이 나쁠 때 주변에 있는 누군가가 휘파람을 분다면 불쾌할 것이다. 반면에 기분이 좋은 상태라면 휘파람을 같이 불고 싶어 할 것이다. 감정을 연구하는 그린버그는 감정은 합리적이지도 비합리적이지도 않으며 인간의 진화과정에서 적응적으로 발달한 것이라고 한다. 그는 감정이 신경심리학적 근거를 갖고 있으며, 의식이전에 발생하며 의식 밖에서 일어난다고 보았다. 감정은 언어로 생각하기 이전에 발생하며 감정이 나중에 인지와 뒤섞여 사람들은 감정과 생각을 구분하는 것이 모호하게 되었다고 주장한다. 따라서 그는 심리상담(심리치료)에서 감정을 제거하거나 정화시켜주기보다는 감정을 허용하고 받아들이며 감각을 일깨우는 데 초점을 두기도 한다. 한편, 톰킨스는 감정이 우리의 타고난 생물학적 동기가 된다고 보았다. 그는 인간이 9가지 감정, 즉 흥미, 놀라움, 기쁨(즐거움), 두려움, 분노, 슬픔, 수치심, 혐오감, 불쾌함을 갖고 태어난다고 보았다. 여기서 수치심은 하나의 부수적인 감정으로 일종의 방해요소처럼 초기 단계에서 경험된다고 보았다. 감정은 인간의 가장 근본적이 힘이다. 우리는 기본적인 욕구를 지키기 위해 감정을 갖고 있다. 우리의 욕구 중 하나가 위협을 받을 때 감정적인 에너지는 우리에게 신호를 보낸다. 우리들 대부분은 긍정적 감정들(흥미, 놀라움, 기쁨)을 느끼도록 허용한다. 그러나 두려움이나 슬픔, 분노의 감정 등이 억압되었을 때는 흥미와 호기심의 감정들이 막혀 버린다. 잭킨스는 심리적 외상의 경험을 동반하는 감정이 차단당하면, 정신은 그 경험을 평가하거나 통합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감정에너지가 심리적 충격이 해결되는 것을 막아버릴 때, 정신 그 자체는 기능할 수 있는 능력이 감소하게 된다. 감정이 억압된 사람들은 그 감정을 안으로 표출하고 싶어 하거나 밖으로 표출하고 싶어 한다. 이러한 감정이 밖으로 표출되지 못할 때 그 감정은 무의식에 억압되어 다른 사람에게 투사하게 된다. 예컨대, 분노를 억압한 사람은 다른 사람들에게 분노를 표현하지 못하기 때문에 분노를 투사시켜 다른 사람이 자신에게 화를 낸다고 여긴다. 이런 사람들은 세상이 두렵고 사람들에 대해서도 두려움을 느낀다. 즉, 분노는 억압되고 두려움과 수치심, 슬픔은 과도하게 느끼면서 살아가게 된다. 그러나 억압된 분노가 밖으로 표출되는 경우 거칠고 공격적인 형태로 표현되기 쉽다. 심하면 분노폭발이나 분노발작이 될 수 있다. 감정은 개인의 삶에서 무시하거나 억제해야 하는 비합리적인 본능현상이 아니라 생존과 적응을 위해서 필수적인 사항이다. 따라서 우리가 느껴야할 감정을 제대로 느끼지 못하고, 실제보다 과도하게 느낄 때 감정은 상담의 중요한 대상으로 다루어져야 한다.   박희석 마음숲심리상담센터소장 (사)한국상담학회 초월영성상담학회장    

얼마 전, 상담을 문의한 한 대학생이 자꾸 머릿속에서 맴돈다. 아무리 열심히 해도 취업해서 갈만한 곳이 별로 없고, 무엇을 해야 할지 찾기가 어렵다고 호소한다. 해가 갈수록 학생들이 더 힘들어하는 것을 느낀다. 부푼 꿈을 안고 사회에 첫발을 내딛어야 할 젊은 학생들이 ‘헬 조선’이라고 부르며, 모든 것을 포기하려 하는 현실이 답답하기만 하다. 어떤 청년을 만났다. 그는 대학시절동안 재미있어서 열심히 하다 보니, 자신도 모르는 사이 어떤 분야의 유명 파워 블로그가 되어 있었고, 자신의 달란트를 전수해주는 유명 강사가 되어 있더라고 한다. 그리고 그 청년은 자신의 노하우를 유튜브에서 공개하기 시작하였고, 인기 있는 유튜브 관리자가 되어 높은 수입을 올리게 되었으며, 현재는 유튜브로 돈을 벌 수 있는 방법에 대한 책을 펴냈다고 한다. 이 청년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자신이 가진 달란트를 찾고 새로운 Pie를 지속적으로 만들어 내는 사람을 키우는 것이 도래하는 인공지능 시대에 바람직한 진로상담 모델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미래사회에서는 한 가지 직업으로 한 평생을 살아가는 것이 불가능하게 흘러 가고 있다. 하나의 직업을 정하고 이것을 달성하려고 노력하는 것은 산업화 시대의 모습이다. 지금은 놀라운 속도로 발전하는 기술과 지식정보화 사회로의 빠른 변화가 일어나고 있으며, 인공지능 시대에는 사람들의 삶의 패턴이 상상하기 어렵게 바뀔 것이다. 미래 한국사회를 살아갈 사람들에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미래사회에서는 재미있게 잘 할 수 있는 것을 찾고, 다양한 경험을 통해 새로운 직업세계의 Pie를 만들어 낼 수 있는 삶의 태도를 지니는 것이 중요하지 않을까? 그러나 우리 사회는 산업화 시대의 모습에서 벗어나지 못한 체, 누군가가 정해놓은 성공의 길을 그대로 따라가도록 하고 있다. 특히 직업선택의 문제에 있어서 시대적 흐름을 따라 가지 못하고, 특정 직업을 선호하고 일부 직업을 기피하는 풍토가 여전히 강하게 남아 있다. 이러한 풍토는 사람들이 진로설계에 어려움을 겪고, 진로상담이 제대로 현장에서 발 딛이기 힘들게 하는 가장 큰 요인 중의 하나다. 직업에 대한 제한된 정보와 편견으로 말미암아 성공적인 진로선택이나 직업 세계를 탐색할 수 없는 상황에 직면하는 것이다. 우리나라 진로상담은 미래사회에 대한 대처뿐만 아니라 이러한 편견을 하나씩 벗겨내는 힘든 작업과정을 끌어안아야 하는 어려운 과제를 안고 있다.   인공지능 시대 도래를 앞두고 있지만, 우리 사회의 현실은 답답하고, 변화는 너무 더디고 남녀노소 없이 많은 사람들이 미래에 대한 불안으로 아우성이다. 이제부터라도 우리는 미래사회 전망과 우리 사회의 직업의식과 사회적 상황을 극복할 수 있는 진로상담 모델을 개발하고, 새로운 것을 시도하고 창의적인 것을 만들어 낼 수 있는 진로상담 접근에 대한 고민이 절실히 필요한 시기이다. 대구가톨릭대학교 연구교수 진로상담학회장  김순미    

  최근 몇 년간 각 대학은 기관인증평가와 구조개혁평가에 대비하기 위하여 노력하고 있다. 기존에 실시하던 대학종합평가와는 달리 최근 실시되는 평가는 정원감축과 재정지원제한 등 직접적인 영향을 주기 때문에 어느 대학도 소홀히 할 수 없는 상황이다. 1주기 기관인증평가와 구조개혁평가가 끝나고 올해부터 2주기 기관인증평가가 다시 시작되었다. 그 사이에 1주기 구조개혁평가에 대한 컨설팅이 실시되고 각 대학은 이행계획서를 제출하였으며, 이에 대한 적절성 여부를 평가받고 다시 보완하는 과정을 겪고 있다. 이러한 과정 속에서 대학상담센터가 묵묵히 수행하고 있던 많은 일들이 평가의 영역으로 포함되면서 교내에서 그 역할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고 있는 실정이다.   대학상담센터는 대학생의 정신건강과 대학적응에 기여하는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었지만, 그 역할의 가치를 이해하지 못하는 대학에서는 상담센터가 존재하지 않거나, 존재하더라도 전문상담원을 배치하지 않고 있었다. 지금 각 대학에서 예산을 배정하여 상담센터를 급하게 재정비하고 상담원을 채용하는 모습은 대학평가를 대비하기 위함이지만 상담인의 한 사람으로서 다행스러운 면도 있다. 대학의 상담자들은 이 기회를 헛되이 하지 말고 대학 상담센터가 그 가치와 역할을 인정받을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우선, 대학은 상담센터가 가시적인 실적을 보여주길 원한다. 개인상담, 집단상담, 심리검사의 실시 및 해석 등 상담자가 기본적으로 해오던 활동으로는 대학의 요구에 부합하기 어렵다. 많은 학생들이 참여할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실행하여야 한다. 또한 학생들의 참여도를 높여야 한다. 두 번째는 대학 내에서 상담센터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를 파악하여 업무의 영역을 넓혀가는 것이다. 대학의 각 부처에서 논의되는 업무 중에서 상담센터와 관련된 사항이 있으면 적극적으로 참여할 필요가 있다. 대학 내에서 상담센터의 인지도를 높일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다. 세 번째는 다른 대학에서 어떤 일들을 하고 있는지 관심을 가지고 지켜봐야 한다. 다른 대학에서 좋은 결과가 나온 프로그램이 있다면 우리 대학에서도 가능할지 여부를 검토하고 적극 도입할 필요가 있다. 다른 대학에서 검증된 프로그램이라면 우리 대학에서도 좋은 결과를 가져올 것이다. 네 번째는 현재 각 대학에서 급하게 조직을 정비하고 인력을 채용하고 있는 과정에서 전문성 있는 인력을 채용해야 한다. 지금 대학상담센터는 인턴상담원을 채용하는 것이 아니다. 채용과 즉시 업무에 참여할 수 있는 상담원을 필요로 한다. 학연과 지연이 아닌 자격을 갖춘 상담자를 채용하는 것이 필요하다. 학회에서 배출한 자격을 갖춘 상담원의 채용을 우선적으로 고려해야할 이유이다. 다섯 번째는 대학상담센터의 부서장들이 대학의 자체평가위원으로 활동하는 것이다. 대학평가 보고서를 쓰는 자체평가위원들은 우리 대학에서 부족한 점이 무엇인지를 잘 알고 있다. 평가위원회에서 예산편성과 인력의 지원 등이 논의되곤 한다. 상담센터의 부서장들이 자체평가위원으로 참여하여 적극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   지금 대학의 상담센터는 격변기에 놓여있다고 할 수 있다. 상담센터 조직과 인력을 갖추고 있었던 몇몇 대학은 예외로 보지만, 거의 모든 대학에서는 큰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이러한 변화가 대학평가라는 파도가 지나간 후에 예전으로 회귀하지 않도록 우리 모두가 관심을 가지고 지켜볼 필요가 있다.   박제일 교수 용인대학교 교육대학원교수 (사)한국상담학회 대학상담학회장 전국대학교학생생활상담센터협의회장

김내담(가명)은 상담실을 나온 지 5분이 채 지나기 전에 핸드폰에 설치된 상담 설문 앱이 활성화되는 소리를 들었다. 5주 전 처음 대학상담센터에 방문했을 때, 상담사로부터 설문의 목적이 상담 효과를 확인하고 더 나은 상담을 위한 것임을 알고 흔쾌히 설문에 동의했다. 매번 상담이 끝나면 앱이 활성화되었고, 10개 정도의 질문에 동의하는 정도를 표시하고 상담 중 가장 좋았던 것과 아쉽거나 미흡한 부분을 간단히 적은 다음 전송버튼을 눌렀다. 상담 후 3일 동안은 응답 내용을 수정할 수도 있었다. 설문에 응답한 후 2시간이 지나면 상담자가 작성한 당일 상담의 주요 목적과 내용이 담긴 이메일이 도착했다. 이메일을 열려면 비밀번호가 필요했고, 상담자가 작성한 내용 이외에 추가할 사항이 있으면 간단히 적은 다음 확인 버튼을 눌렀다. 그 다음 상담이 있는 전날에는 다시 한 번 앱이 활성화 되었다. 상담 약속 시간을 알려 주었고, 지난 1주일 동안 어떻게 지냈는지, 기분은 어땠는지, 대인관계는 어떠했는지, 그리고 지난 상담회기에 다뤘던 내용과 상담자의 접근이 자신의 일상과 호소문제 진전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물었다. 이상담(가명)은 김내담과의 상담이 끝난 후 2시간 이내에 상담설문 앱을 열고 당일 상담의 목적과 내용, 주요 접근 및 예상 성과를 기술했다. 배정되는 내담자의 수가 많아지면서 설문 작성에 부담을 느끼기도 했지만, 상담회기를 정리하는 기회로 생각했다. 설문을 전송하면 내담자가 작성한 설문 응답내용이 전달되었다. 원한다면 김내담이 몇 번, 어떻게 설문 내용을 수정했는지도 확인할 수 있었다. 다음 상담회기 당일 8시에 김내담과의 상담약속이 잡혀 있다는 내용과 함께 김내담이 전날 작성한 상담 성과 설문이 이메일로 도착했다. 다른 내담자에 대해서도 동일한 설문을 작성했고, 설문 내용이 전달되었다. 박감독(가명)은 이상담과의 수퍼비전이 있는 당일 오전 수퍼비전 약속 시간과 함께 이상담이 기록한 상담회기 기록지와 이상담의 내담자들이 작성한 설문 응답 내용을 이메일로 전달받았다. 물론 비밀번호가 필요했고, 이상담이 기록한 상담 내용 뿐 아니라 내담자들의 상담만족도, 내담자의 호소문제 진전에 영향을 미치는 상담자의 접근을 대략적으로 파악할 수 있었다. 이메일 내용을 출력한 다음 이상담과의 수퍼비전을 기다렸다. 현재와 같은 수퍼비전 방식으로는 상담자의 전문성 발달에 큰 도움이 되지 못한다. 특히, 상담이 성과가 있는지, 있다면 어디에 얼마나 있는지 상담자에게 알려주지 못한다면 상담자의 전문성 발달은 요원하다(Tracey, Wampold, Lichtenberg, & Goodyear, 2014). 전문성을 판단하는 궁극적 기준이 상담 성과, 즉 호소문제 해결과 내담자의 복지 향상이라면, 내담자에게 최선의 성과를 가져오는 상담자가 전문가임에 틀림없다(Wampold & Brown, 2005). 상담 경험이 많다고 해서 더 효과적으로 상담을 하는 것이 아니며, 초보상담자가 전문자격증을 소지한 숙련상담자만큼 상담성과를 낸다는 연구결과가 한 두건이 아니라는 점은 당황스럽다(예, Laska et al., 2013). 외국에서 수행된 연구라서 안심할 일이 아니고, 그런 연구가 우리나라에서는 진행되지 않았다는 사실이 걱정스럽다. 상담자의 전문성 발달을 위해서는 실무 경험이 반드시 필요하지만, 신중하고 면밀한 실무경험이 필요하다(Tracey et al., 2014). 기본적인 상담기법이나 기술 적용, 사례개념화에만 초점을 두는 현재의 수퍼비전 방식에서 벗어나, 상담의 성과를 가져오는 상담자의 접근 방식과 기법 및 상담내용을 파악하고 이를 수퍼비전의 주요 사안으로 다뤄야 한다. 비록 가상의 상황이긴 하지만, 위 사례가 한 가지 방법을 제공하고 있다.   참고문헌 Laska, K. M., Smith, T. L., Wislocki, A. P., & Wampold, B. E. (2013). Uniformity of evidence-based treatments in practice? Therapist effects in the delivery of cognitive processing therapy for PTSD. Journal of Counseling Psychology, 60, 31-41. Tracey T. J. G., Wampold, B. E., Lichtenberg, J. W., & Goodyear, R. K. (2014). Expertise in psychotherapy. An elusive goal?, American Psychologist, 69(3), 218, 219. Wampold, B. E., & Brown, G. S. (2005). Estimating therapist variability: A naturalistic study of outcomes in managed care. Journal of Consulting and Clinical Psychology, 73, 914-923.      서영석 교수 연세대학교 교육학부 교수 (사)한국상담학회 국제학술지편집위원장

상담자는 내담자들이 고백하는 수많은 어려움들을 함께 느끼고, 아파하면서 그들의 어려움 극복과 성장을 위해 기꺼이 헌신하는 것을 직업으로, 또 인생의 한 축으로 놓고 살아가는 사람들이다. 내담자들의 문제를 놓고 함께 씨름하지만, 그것으로 끝나는 것이 끝나는 것이 아니라, 전문적인 경험과 지식을 사용하여 문제의 본질이 무엇인지를 하나하나 체계적으로 탐색하면서 해결책을 향해 한걸음씩 나아가는 임무를 감당한다. 필자의 생각에, ‘상담’은 일반적으로 생각되는 것 보다 훨씬 고강도의 정신적, 감정적인 노동이다. 상담자들은 길거리를 헤매고 있는 가출 청소년들, 깨어진 가정의 자녀들, 학교 생활에 적응하지 못하는 아이들, 가정폭력의 희생자들과 가해자들, 그리고 각종 중독으로 고통받는 사람들 등.. 제각기의 사정으로 상처받고 소외된 사람들을 만난다. 이들을 만나면서 상담자들은 이들의 생애 초기의 부모와의 부정적 관계경험, 내담자들의 자아실현 경향성이 차단될 수 밖에 없게 하는 문제적인 환경과 자극 등을 살피고 이해한다. 그리고 내담자의 자아 기능이 와해된 상태인지, 또 취약한 정신병리적 상태인지도 평가하고, 문제해결의 역량을 내담자가 어느정도 가지고 있는지도 파악하여 다면적으로 접근하게 된다. 이 ‘중요한 일’에 몰두하는 것은 자칫 심각한 소진(burnout)을 부를 수 있다. 상담사 역시 일상에서 경험하는 다양한 스트레스와 과중한 업무, 공감 피로(empathy fatigue), 기타 여러 가지로 타인을 돌보느라 내 에너지가 고갈되는 지도 모를 정도로 심리적 에너지를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이처럼 신체적, 정신적 에너지 고갈로 인한 소진은 대부분의 상담자에게 노출되어 있는 위험요소이다. 상담자의 주변을 잘 돌보는 것도 중요하다. 얼마 전 필자의 수퍼바이지들이 “다른 집 가족들 돌보느라 우리 집 가족을 못돌봐요...”라는 자조섞인 농담을 들으면서 함께 웃었던 적이 있는데, 우리 스스로가 잘 생각해 보아야할 부분이라 여겨진다. 효과적인 상담에 방해가 될 뿐만 아니라, 상담자의 개인적 안녕에도 방해 요소가 되기 때문이다. 상담자도 개인적으로 자기만의 시간을 가지고 자신을 돌보는 것에 집중해야 전문성도 잘 발휘될 수 있다. 박승민 교수 숭실대학교 교수 (사)한국상담학회 통합학술 및 사례연구위원장

    얼마 전 서점을 들러서 어떤 책을 읽어 볼까 생각하며, 이 책 저 책 둘러보고 있었다. 그런데 한 쪽 구석에 필자의 시선을 잡아끄는 책이 하나 있었다. 다소 도발적인 제목의 책이었기에 아마도 더 관심이 갔었을 것이다. 그 책의 제목은 “심리학은 아이들 편인가?”이었다. 내용이 궁금했다. 도대체 이 책이 하고 싶은 이야기가 무엇인지 궁금해서 서점 바닥에 앉아 책을 읽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바닥의 차가움이 불편했는데 점점 시간이 지날수록 바닥의 차가움과 딱딱함은 느껴지지 않았다. 저자의 이야기만이 내 머릿속을 맴돌 뿐이었다. 그리고 떠오르는 질문 하나, “그럼, 상담은 내담자 편인가?” 상담자들은 일반적으로 상담을 하면서 내가 내담자를 위해서 일하고 있다는 것을 의심하지 않는다. 상담을 통해서 내담자의 문제가 해결될 것이고, 내담자가 보다 건강한 삶을 살아갈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아니면 적어도 내가 하는 상담은 내담자에게 해가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정말 그럴까? 우리가 알지 못하는 사이에 상담으로 인해서 오히려 어려움을 경험하게 되는 내담자가 있지는 않을까? 아마도 비윤리적 상담이면 충분히 문제가 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그런데 비윤리적인 상담이 아닌데도 문제가 되는 경우는 없을까? 필자가 미국 플로리다 주립병원에서 일하고 있던 시절, 내가 생각하는 소위 ‘문제’라고 하는 것이 내담자에게는 ‘문제’가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 계기가 있었다. “Donghyuck! Here is your client.” 나의 수퍼바이저가 내담자 파일 하나를 내게 건네주었다. 내담자는 병원에 입원한지 10년이 넘은 정신분열증 환자였다. 어려서부터 부모님의 학대를 받으며 자랐고, 어려서 시작된 정신분열증 증상은 나이 30이 넘도록 지속되고 있었다. 게다가 청각장애를 가지고 있어 듣지도 말하지도 못하였다. 정신분열증 환자를 상담하는 것도 어려운 일이었지만 듣지도 말하지도 못하는 사람과 상담을 하는 것은 더욱 당황스러운 일이었다. 첫 번째 만남, 환자는 너무나 천진난만한 표정으로 내게 다가왔다. 수화로 내게 무엇인가 이야기를 하였다. 아마도 인사였던 것 같다. 그리고 자리에 앉았다. 자신이 늘 가지고 다니는 종이를 꺼내놓고 무엇인가를 적기 시작하였다. 자신을 소개하는 내용의 글을 간단히 적어서 내게 보여주었다. 그리고 자신의 의자 등받이에 등을 기대고는 오른쪽 엄지손가락을 움직이기 시작하였다. 환자의 표정은 밝아졌다. 환한 표정으로 자신의 엄지손가락을 바라보았다. 이런 행동은 2-3분정도 지속되었다. 필자는 너무나 궁금하였다. 환자가 무엇을 하고 있는 것인지 알고 싶었다. 필자의 물음에 환자는 흔쾌히 애완견과 놀고 있다고 종이에 적어서 보여주었다. 대답을 하고는 다시 자신의 애완견(?)과 놀기 시작하였다. 그 누구보다 환자는 행복해 보였다. 그것을 보고 있는 내가 덩달아 기분이 좋아질 정도였으니까. 첫 번째 상담 이후에도 환자는 자주 자신의 엄지손가락(애완견)과 놀았다. 그리고 내게 소개도 시켜주었다. 그런데 이 상담이 내게 큰 물음을 남겼다. 나는 무엇을 위해 이 환자를 상담하는 것일까? 이 환자의 정신분열증 증상이 줄어들도록 돕는 것이 상담의 목표인가? 당신의 엄지손가락은 애완견이 아니라 손가락일 뿐이라는 것을 알려주는 것이 상담의 목표인가? 너무나 행복한 환상 속에 빠졌던 환자를 깨우고 싶지는 않았다. 알고 보니 이 환자는 정신분열증이 치료 되는대로 병원을 나가야 했다. 그리고 자신을 학대하는 가족에게 돌아가야 했다. 병원에 들어 온지 10년. 다시 바깥세상으로 나간다는 것이 과연 가능한 것인지 아니면 바람직한 것인지 의문이 들기도 하였다. 우리가 생각하는 소위 ‘문제’라고 하는 것이 사라진다면 이 환자는 더 문제가 되는 것이 아닐까? 그렇다면 우리가 생각하는 ‘문제’라고 하는 것이 정말 ‘문제’인 것인가? 우리 상담자들은 우리의 기준에서 내담자의 문제를 판단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만약에 이 환자의 문제를 고쳐서 치료를 한다면 정말 내담자를 위한 상담이라고 할 수 있을까? 서점에서 읽고 있던 책은 이렇게 이야기 한다. ‘아마도 요즘 학교에 문제가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런데 학교 부적응 아동을 상담하는 상담자는 문제 있는 학교로 돌아가서 적응하라고 한다. 만약에 문제 있는 환경으로 인해 아동에게 문제가 생겼다면 아동을 문제 환경에서 분리시키는 것이 맞지만 상담자는 문제 환경으로 돌아가도록 돕고 있다.’ 아마도 이러한 말에 동의하지 않는 상담자도 많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필자도 이것이 맞는 말인지 틀린 말인지 잘 모르겠다. 다만, 중요한 것은 우리가 하고 있는 상담이 정말 내담자를 위한 것인지, 그리고 우리가 생각하는 문제가 정말 문제인 것인지 생각해 보아야 할 때가 아닌가 생각이 든다. 상담의 저변은 점점 확대되어가고 있고, 많은 사람들이 상담을 받으려고 하고 있다. 상담자의 수가 증가하는 만큼 내담자의 수도 증가하고 있다. 그런데 이와 함께 증가하고 있는 것이 안타깝게도 상담과 상담자에 대한 비판이다. 상담이 효과가 없다는 비판에서부터 상담자에게 오히려 상처를 받았다는 비판까지 다양한 부정적 평가가 상담과 상담자에게 주어지고 있다. 그렇다면 과연 무엇 때문에 이런 비판이 일어나는 것일까? 혹시 우리가 하고 있는 상담이 정말 내담자를 위한 것이 아니어서 그런 것은 아닐까? 상담이 내담자 중심이 아니라 상담자 중심이 되어 내담자의 문제를 평가하고 상담의 목표를 정해서 그런 것은 아닐까? 생각해 보면 좋겠다.   이동혁 교수 건국대학교 사범대학 (사)한국상담학회 학회지편집위원장